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등 초대형 기업 M&A(인수.합병) 전쟁에 뛰어들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16일 "김승연 회장의 지시로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대우인터내셔날 CJ투자증권 등 4개사를 M&A 추진 가능 기업군으로 정하고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해야 한다는 회장의 의지가 확고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는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내실 다지기에 주력,추가 M&A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대우건설 대한통운 하이마트 등 M&A시장을 달궜던 유력 매물들이 경쟁 그룹들에 넘어가면서 한화그룹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판단,적극적인 M&A 추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예금보험공사와의 갈등이 봉합되는 오는 5월께를 본격적인 M&A 재개의 타이밍으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국제상사중재원은 현재 예보가 신청한 국제중재신청건에 대한 마무리 중재문을 작성중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 인수를 한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재도약할 마지막 기회로 생각할 만큼 회장의 M&A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최근 "M&A에서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인수할 기업이 기존 한화의 사업구조에 얼마나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지,해외 수출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경영기획실은 이미 자금확보 계획은 물론 구체적인 M&A 전략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과 보유 부동산 운용 등을 합치면 최대 3조원까지 확보할 수 있어 자금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 전략적 파트너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이면 2조~3조원은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게 한화 측의 계산이다.

경영기획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M&A 작업은 그룹의 재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진해야 겠지만,은행 차입금까지 감안하면 한화는 향후 협상에서 최대 10조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고 M&A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화는 최근 몇년 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을 위해 해외 M&A에 공을 들였으나,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을 인수하면 한화의 오랜 '고민'은 일거에 해결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및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하이닉스 역시 첨단 제조업체란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또 대우인터내셔날은 한화가 역점을 두고 있는 자원개발 사업에서 해외 네트워크 확보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또 증권사를 추가 인수,한화증권과의 합병 과정을 거쳐 금융업을 대형화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다음달 예정된 CJ투자증권 매각 입찰에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