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가 훌쩍 넘는 1300억원을 빌딩 재매입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보인 상황에서 자기자본 6000억원의 21%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는데 대해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16일 한화증권은 여의도 사옥을 재매입하기 위해 1299억7300만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총 매수 가격은 3201억원이며, 나머지 금액은 한화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분배해서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대한생명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신 등 금융 계열사들 중심으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어차피 사옥이 없는 금융사들이므로 (금융사가 많은) 여의도 빌딩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화증권은 국민연금과 공동 인수에 나서려 했으나 국민연금이 높아진 매입가를 이유로 중도 포기하면서 다른 계열사로 부담이 옮겨간 것이다. 현재 그룹 외 다른 투자 파트너 구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계약일(오는 23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파트너를 구하는 것은 가망성이 없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입장에서는 자기자본의 20%가 넘는 돈을 투자함에 따라 재무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증권측에 따르면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빌딩 투자 이후 400% 가량으로 크게 떨어진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NCR은 600%다.

그러나 한화증권 관계자는 “빌딩을 인수하게 되면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같은 날 발표한 2007년회계년도 영업이익은 537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떨어진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였다.

부진한 실적에도 출혈 투자를 감행하는데 대해 투자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증권포털 사이트 팍스넷에서 한 투자자는 “건물을 단독 매입할 경우 유동자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며 " 유상증자를 한 상황에서 참 안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한화증권 주가는 보합으로 마감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