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새까만 국자에 설탕을 넣어 휘젓고 있는 '뽑기'아저씨와 큰 통에 솜사탕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솜사탕 장수가 눈에 들어온다.

문방구 안으로 들어가 보니 국적 불명의 사탕 캔디류들이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심지어 맥주잔이나 성인여성 신체 모양의 캔디류도 보였다.

문방구 앞 인도에는 게임 기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게임에 몰두하고 있고,어른들은 이를 피해 길을 다녔다.

초등학생들이 불량식품과 이로 인한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등ㆍ하교 길에는 학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악덕상혼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주변 문방구나 구멍가게에서 파는 과자류의 성분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서울시가 3월 개학 이후 어린이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 102개 품목을 학교 앞 구멍가게 등에서 지난달 7일부터 10일까지 수거해 검사한 결과,중국산 캔디류 9개 제품(8.8%)에서 사카린나트륨과 사이클라메이트가 검출됐다.

이들은 그동안 발암 가능물질로 논란이 일었던 인공감미료.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사카린나트륨은 국내에서 몇몇 품목을 제외한 식품에서는 검출돼서는 안 되며,사이클라메이트는 사용금지된 인공감미료다.

어른들의 상혼 때문에 아이들은 교통사고에도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장사를 위해 몰고온 차들이 학교 앞에 불법 주정차하고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이 통행차량에 위협받고 있다.

걸거리에 나앉은 게임기나 노점은 주민들의 갈길을 막아서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단속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불법주정차 등을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허가를 받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단속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학교주변은 길거리식품 재래시장과 함께 정부 단속의 사각지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해우 서울시 식품안전 과장은 "불량식품 유통업체에 대해서는 식약청과 해당 지자체에 검사결과를 통보해 행정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초등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값싸고 질낮은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과자가 많이 유통된다는 현실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실시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