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째인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54)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말은 '빨리 빨리'다.

영어로 진행되는 공식 회의에서도 유독 쓰는 한국 말이 '빨리 빨리'다.

통상 서두르지 않는 영국식 경영 행태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2005년 1월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보여준 경영 스타일은 '만만디(慢慢的·천천히 일하는 것)'에 가까웠다.

경쟁은행조차 SCB의 선진 경영 기법이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고 평가절하한 이유였다.

하지만 초기 탐색전이 끝나서인지 존 필 메리디스 전임 행장 후임으로 한국에 온 에드워즈 행장의 행보는 무척 기민하다.

변화무쌍한 한국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의사 결정을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촌음을 다퉈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전산망을 바꾸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전산망 교체를 결정했다.

지난 2월 80억원을 들여 전국 전 지점에 새 전산망을 깔았다.

3월 말 지점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신상품이 마땅치 않아 소매영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곧바로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예금 상품을 출시토록 했다.

이달 초 최고 연 5.1%의 금리를 보장하는 '두드림 통장'이 나온 배경이다.

전략회의에서 현지화 경영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여신금융,웰스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하던 4명의 외국인 임원을 국내 임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대리 차장 중에서도 과감하게 발탁인사를 한다.

빨리 승진해야 한국인 출신이 SC제일은행의 최고경영자가 되는 시점이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99년 그룹 리스크관리본부장으로 SCB에 영입된 에드워즈 행장은 그룹 여신관리본부장,기업금융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쳤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