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설비투자가 양적인 측면에선 부진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많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최근 성장 잠재력 약화의 원인으로 설비투자 부진이 지목되고 있지만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11일 '설비투자의 질적 개선이 성장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이 높은 정보통신 자본재가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높아졌다"며 "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설비투자가 질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업종별로는 첨단 설비의 활용도가 높은 정보기술(IT) 산업이,투자목적별로는 신제품 생산과 생산 합리화가 설비투자를 주도했다"며 "그 결과 설비자본의 평균 생산성이 1990년대 중반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에서 질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1~1989년 26.4%에서 2002~2006년 49.8%로 크게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양적인 측면에선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02년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약 5%에 그쳤고 투자금액도 1996년 7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91조3000억원으로 11년간 1.2배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990년대 중반 이전 약 13%에서 2002년 이후 9.3%로 떨어졌다.

또 1인당 설비투자 증가율도 1990~2001년 4.7%에서 2002~2007년 3.2%로 낮아졌다.

한은은 "양적인 자본투입을 강조하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2001년부터 정보통신 자본재의 비중이 40% 선에서 정체되는 등 질적 개선이 주춤한 점을 감안할 때 정책적으로도 설비투자의 질적 개선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