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대규모 대차거래에 시달려왔던 대형주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대형주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증권예탁결제원에서 먼저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시장에서 싼 값에 사들여 갚는 대차거래에 치중했던 외국인이 최근 이들 종목의 주가가 오르자 대차거래를 청산하기 위해 해당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이후 금융주와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대차거래 잔량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대차거래 청산이 본격화되면 해당 종목은 외국인의 매수 증가로 주가가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 대차거래 청산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액은 2007년 초 9조7000억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3배를 넘는 31조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이 이 같은 거래를 즐겨 지난 1분기의 경우 대차거래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94%나 됐다.

외국인은 지난해 11월 이후의 하락장에서 이 같은 거래로 상당한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외국인은 대차거래에 따른 수익을 확정하거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야 할 처지가 됐다.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평가손실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의 주식 상환이 늘면서 대차거래 잔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7일에는 555만주,8일에는 249만주가 감소했다.

외국인은 7일의 경우 △대우증권 365만주 △삼성증권 61만주 △현대증권 49만주 △외환은행 25만주 △포스코 17만주 △LG전자 10만주 등의 주식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에는 △하이닉스 130만주 △한국전력 100만주 △대우건설 71만주 △현대차 22만주 △LG디스플레이 9만주 등을 갚는 등 대차거래 청산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대차거래 비중 높은 종목이 유망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강도 높은 매도세가 잠잠해지고 순매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이 같은 대차거래 청산을 위한 숏커버링(매도 주식 재매수) 물량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에 따라 외국인의 대차거래 비중이 높은 종목 중에서 실적이 탄탄한 종목은 외국인의 추가 순매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차거래를 청산하려면 주식을 빌린 후 1년 이내에 현물로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상장 주식 수에 비해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 △최근 대차거래가 급증했지만 주가가 올라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숏커버링이 불가피한 종목 △최근 주가가 반등해 대차거래 청산을 위한 매수가 기대되는 종목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은 외국인의 대차 잔량 비중이 높은 종목으로 삼성증권 기아차 현대차 현대미포조선 대우증권 현대산업개발 삼성전기 현대건설 LG전자 하이닉스 등을 제시했다.

또 주가가 올라 숏커버링이 예상되는 종목으로는 현대차 미래에셋증권 삼성전기 삼성SDI,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대차거래 청산용 매수가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하나투어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등이 꼽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