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화공단 정밀화학 창업보육센터 ‥ '화학=혐오' 골 깊은 선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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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공장 허가 안나 발만 동동
"이러다가 끝내 수출 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경기도 시화 생산기술연구원 정밀화학창업보육센터 입주회사인 코스몰.박성용 사장은 요즘 한숨 쉬는 일이 부쩍 늘었다.
고기능성 미백화장품 원료를 국산화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5년 생기연으로부터'유망정밀화학' 창업보육업체로 선정된 뒤 일본 및 프랑스 유명 업체와 100억원의 수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생산공장을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는 3일 "제주도를 빼놓고는 다 돌아다녔는데도 공장터를 찾지 못했다"며 "땅값도 부담스러웠지만 지역마다 화학 업체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나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보육기한(5년)이 만료되는 2009년 말 이전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중소 정밀화학업체들이 공장을 구하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원료값의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반도체 전자 의약 등 주요 기간 산업에 공급하고 있지만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채 '미운오리새끼' 신세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염색 도금 피혁 등 특수화학업종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고,그나마 위탁처리업체가 100% 수거해 가는 만큼 '이름만 화학업종'인데도 재래식 굴뚝화학업종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광 전지 원료인 나노이산화티탄을 생산하는 켐웰텍.원료물질 값어치를 50배로 높이는 분산,고정화 기술을 개발한 이 회사는 최근 일본 국가지정 연구소로부터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도권 산업단지에선 화학업종이란 이유로 신규 공장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강철현 대표는 "생산 과정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도 거의 없다"며 "5억원짜리 실험실 공장에서 연 200억원어치를 생산해내는 고부가기술인데도 생산시설을 확장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수출 주문을 놓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들 업체가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공단 입주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시화반월단지의 경우 화학업체들은 분양을 받아 신규 입주하는 길이 막혀있다.
1997년 시화 악취발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산업단지 관리지침(98년 9월 시행)에 따라 오염업종 총량제가 적용되는 까닭에 같은 화학업종이면서도 환경 관련 인허가를 보유한 기존 업체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만 입주가 허용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기존 업체를 찾기 어려운데다,그간 폭등한 땅값을 낼 만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드물다.
이 때문에 시화 생산기술연구원 창업보육센터에는 졸업을 유보한 업체가 5곳이나 된다.
신규 창업보육을 신청한 20여개 업체도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업체들은 수자원공사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시화호 924만㎡를 추가 매립,조성 중인 '시화 MTV(Multi techno valley:복합첨단산업단지)' 입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산업단지용으로 배정된 207만㎡ 중 37만6000㎡를 정밀화학 단지로 구성하겠다는 게 조성권자인 수자원공사의 기본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주 가능성은 낮다.
입주 허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단지공단과의 업무협의 단계에서 화학업종의 신규 진입을 배제하는 기존 관리지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지역시민단체 등의 정서를 감안할 때 배정 비율이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체들의 우려다.
이와 관련,시화지역의 한 환경감시단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주민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도와 시흥시,산업단지공단 등 관련 기관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칫 주민 반발 등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산단공 관계자는 "빵 굽는 냄새,여직원 화장품 냄새에도 악취 민원이 빗발칠 정도로 민감한 게 공단.거복합단지의 현실"이라며 "행정적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환경영향도가 거의 없는 만큼 신규 입주를 허용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배출물질이 정말로 유해한지, 악취가 나는지,오염물질 처리시설은 제대로 운용되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실태를 파악한 뒤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시화 생산기술원에서 창업 과정을 밟고 있는 P사의 Y대표는 "산업발전과 기술변화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규제는 10년 전 그대로"라며 "정밀하고 세분화된 관리 기준을 마련해 규제대상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이러다가 끝내 수출 길이 막히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경기도 시화 생산기술연구원 정밀화학창업보육센터 입주회사인 코스몰.박성용 사장은 요즘 한숨 쉬는 일이 부쩍 늘었다.
고기능성 미백화장품 원료를 국산화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5년 생기연으로부터'유망정밀화학' 창업보육업체로 선정된 뒤 일본 및 프랑스 유명 업체와 100억원의 수출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생산공장을 구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는 3일 "제주도를 빼놓고는 다 돌아다녔는데도 공장터를 찾지 못했다"며 "땅값도 부담스러웠지만 지역마다 화학 업체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나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보육기한(5년)이 만료되는 2009년 말 이전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중소 정밀화학업체들이 공장을 구하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원료값의 수십~수백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반도체 전자 의약 등 주요 기간 산업에 공급하고 있지만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채 '미운오리새끼' 신세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염색 도금 피혁 등 특수화학업종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고,그나마 위탁처리업체가 100% 수거해 가는 만큼 '이름만 화학업종'인데도 재래식 굴뚝화학업종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억울해하고 있다.
염료감응형 태양광 전지 원료인 나노이산화티탄을 생산하는 켐웰텍.원료물질 값어치를 50배로 높이는 분산,고정화 기술을 개발한 이 회사는 최근 일본 국가지정 연구소로부터 '세계 최고 품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도권 산업단지에선 화학업종이란 이유로 신규 공장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강철현 대표는 "생산 과정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도 거의 없다"며 "5억원짜리 실험실 공장에서 연 200억원어치를 생산해내는 고부가기술인데도 생산시설을 확장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수출 주문을 놓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들 업체가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공단 입주 조건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시화반월단지의 경우 화학업체들은 분양을 받아 신규 입주하는 길이 막혀있다.
1997년 시화 악취발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산업단지 관리지침(98년 9월 시행)에 따라 오염업종 총량제가 적용되는 까닭에 같은 화학업종이면서도 환경 관련 인허가를 보유한 기존 업체를 매입하거나 임대해야만 입주가 허용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기존 업체를 찾기 어려운데다,그간 폭등한 땅값을 낼 만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드물다.
이 때문에 시화 생산기술연구원 창업보육센터에는 졸업을 유보한 업체가 5곳이나 된다.
신규 창업보육을 신청한 20여개 업체도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업체들은 수자원공사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시화호 924만㎡를 추가 매립,조성 중인 '시화 MTV(Multi techno valley:복합첨단산업단지)' 입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산업단지용으로 배정된 207만㎡ 중 37만6000㎡를 정밀화학 단지로 구성하겠다는 게 조성권자인 수자원공사의 기본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주 가능성은 낮다.
입주 허가권을 갖고 있는 산업단지공단과의 업무협의 단계에서 화학업종의 신규 진입을 배제하는 기존 관리지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지역시민단체 등의 정서를 감안할 때 배정 비율이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는 게 업체들의 우려다.
이와 관련,시화지역의 한 환경감시단체 관계자는 "업체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주민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기도와 시흥시,산업단지공단 등 관련 기관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칫 주민 반발 등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산단공 관계자는 "빵 굽는 냄새,여직원 화장품 냄새에도 악취 민원이 빗발칠 정도로 민감한 게 공단.거복합단지의 현실"이라며 "행정적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환경영향도가 거의 없는 만큼 신규 입주를 허용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배출물질이 정말로 유해한지, 악취가 나는지,오염물질 처리시설은 제대로 운용되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실태를 파악한 뒤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시화 생산기술원에서 창업 과정을 밟고 있는 P사의 Y대표는 "산업발전과 기술변화는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규제는 10년 전 그대로"라며 "정밀하고 세분화된 관리 기준을 마련해 규제대상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