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고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금지 대상을 축소함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인수ㆍ합병(M&A)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는 지주회사 규제 완화 조치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출총제가 폐지됨에 따라 일반 기업들의 투자는 자유로워진 반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들은 계속 규제에 묶여 있어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총제 폐지로 M&A 시장 활성화 기대

출총제가 폐지되고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기준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상향조정되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들이 올초부터 '실탄'(현금)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린 것도 투자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출총제 폐지는 M&A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오일뱅크 등 초대형 기업들과 중소 우량 기업들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사상 초유의 대기업 간의 M&A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출총제 폐지로 인해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투자나 M&A가 이뤄지면 자기 자산의 두 배 이상의 기업체도 인수하려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출총제 폐지 관련 법안을 올해 6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출총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규제 완화는 '미흡'

지주회사 규제는 일부 완화됐지만 재계는 너무 당연한 것만 풀렸다며 정부의 의지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제한 등 반시장적인 규제만 손질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회사 지분이 순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강제 지정되는 것이나 비금융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지분 소유 금지 등 사전규제는 재계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출총제 폐지로 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들은 규제에서 풀려났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됐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은 "어떻게 한꺼번에 모두 (규제완화를) 할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도 국민정서나 폐지 후 부작용 등을 고려해 추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A 심사 등 기업 부담 감소

공정위의 이번 규제 개선으로 기업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정책의 큰 축을 대기업집단시책 중심에서 경쟁촉진 중심으로,사전적 규제 중심에서 시장친화적인 제도 및 법집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M&A 신고기준을 자산 또는 매출액 1000억원 이상에서 200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면 기업결합 신고 건수가 약 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기업합병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신고토록 한 사전신고 기한도 폐지해 계약 체결 후 합병등기 등 완료 전 신고하면 되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신고받지 않고도 조사에 나서는 직권조사의 경우 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고 경쟁제한 폐해 또는 소비자 피해 등이 큰 경우로 제한했다.

현장조사도 서면조사만으로 부족한 경우로 한정하기로 했다.

또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을 자체적으로 시정할 경우 사건이 종결되는 동의명령제를 도입키로 했다.

정재형/장창민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