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폭등에 '네탓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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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사.고철업계.건설사..철근시장 '격돌'
철근값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연초 62만1000원에 거래되던 철근 가격은 이달 들어 t당 73만1000원으로 20%가량 상승했다.
정부가 강력한 '사재기 단속'에 나섰지만 한껏 치솟은 철근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철근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고철ㆍ철강ㆍ건설업계 등 철근 파동 당사자들은 가격 급등의 '주범'을 상대방으로 지목하며 맹비난하는 '네탓 공방'에만 한창이다.
도대체 어느 쪽이 '주범'일까.
#용의자1.철강회사
현대제철 등 철스크랩(고철)을 모아 철근을 만드는 회사들은 고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을 철근값 폭등의 주 원인으로 지목한다.
철강회사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자 고철상들이 극성스런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국내 고철시장에 물량이 말라 붙었다"며 "일부 업체에서는 감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을 줄기차게 촉구한 곳도 철강회사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4년 꼴이 날 수 있다는 '엄포'도 잊지 않는다.
2003년말 급등했던 고철값이 다음해인 2004년 초에는 급락세로 반전,철강업체에 납품하려는 고철업체의 트럭들이 철강회사 정문에 길게 줄을 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철강회사들은 고철상들의 '사재기 현상'으로 열연강판보다 수입 고철값이 더 비싸지는 등 철강시장의 가격왜곡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철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용의자2.고철업계
고철업계는 철강업체들의 공격이 부당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고철 사재기'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해당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오히려 국내외 철강업체들의 무분별한 확장 경쟁이 고철 부족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철스크랩공업협회는 최근 "일부 스크랩 납품상이 출하시기를 늦추는 사례를 두고 업계 전체의 일인양 보도하고 가격 급등과 불균형의 원인이 모두 스크랩 업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라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협회는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 전기로(電氣爐) 증설 붐이 불면서 고철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전 세계적으로도 앞으로 3년 내에 가동에 들어가는 전기로 생산능력만 6500만t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유통구조상 대형 납품상에는 철강회사 직원이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보관장소의 한계와 자금회전 필요성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의자3.건설업계
건설업체들은 철근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가 자신들이라고 아우성이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철강회사는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부담을 전가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미리 결정돼 있는 건설회사는 철근값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 결과,건설업체도 최근의 철근 파동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의 1차 매점매석 단속 결과 적발된 업체는 25곳으로 이중 건설회사가 13곳을 차지해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필요 이상의 재고를 쌓아 놓은 건설사도 철근값을 올리는데 '기여'한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서로가 네탓 공방만 해서는 철근 수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연초 62만1000원에 거래되던 철근 가격은 이달 들어 t당 73만1000원으로 20%가량 상승했다.
정부가 강력한 '사재기 단속'에 나섰지만 한껏 치솟은 철근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철근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고철ㆍ철강ㆍ건설업계 등 철근 파동 당사자들은 가격 급등의 '주범'을 상대방으로 지목하며 맹비난하는 '네탓 공방'에만 한창이다.
도대체 어느 쪽이 '주범'일까.
#용의자1.철강회사
현대제철 등 철스크랩(고철)을 모아 철근을 만드는 회사들은 고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을 철근값 폭등의 주 원인으로 지목한다.
철강회사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자 고철상들이 극성스런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국내 고철시장에 물량이 말라 붙었다"며 "일부 업체에서는 감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을 줄기차게 촉구한 곳도 철강회사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2004년 꼴이 날 수 있다는 '엄포'도 잊지 않는다.
2003년말 급등했던 고철값이 다음해인 2004년 초에는 급락세로 반전,철강업체에 납품하려는 고철업체의 트럭들이 철강회사 정문에 길게 줄을 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철강회사들은 고철상들의 '사재기 현상'으로 열연강판보다 수입 고철값이 더 비싸지는 등 철강시장의 가격왜곡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철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용의자2.고철업계
고철업계는 철강업체들의 공격이 부당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고철 사재기'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해당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한다.
오히려 국내외 철강업체들의 무분별한 확장 경쟁이 고철 부족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철스크랩공업협회는 최근 "일부 스크랩 납품상이 출하시기를 늦추는 사례를 두고 업계 전체의 일인양 보도하고 가격 급등과 불균형의 원인이 모두 스크랩 업자에게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라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협회는 가격 급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 전기로(電氣爐) 증설 붐이 불면서 고철 수요가 크게 늘어났고,전 세계적으로도 앞으로 3년 내에 가동에 들어가는 전기로 생산능력만 6500만t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국내 유통구조상 대형 납품상에는 철강회사 직원이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보관장소의 한계와 자금회전 필요성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용의자3.건설업계
건설업체들은 철근값 폭등의 최대 피해자가 자신들이라고 아우성이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철강회사는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부담을 전가할 수 있지만 분양가가 미리 결정돼 있는 건설회사는 철근값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정부의 매점매석 단속 결과,건설업체도 최근의 철근 파동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의 1차 매점매석 단속 결과 적발된 업체는 25곳으로 이중 건설회사가 13곳을 차지해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필요 이상의 재고를 쌓아 놓은 건설사도 철근값을 올리는데 '기여'한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서로가 네탓 공방만 해서는 철근 수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