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에 대항해 슬로푸드 바람이 불듯이 와인 중에도 느린 삶(slow life)을 지향하는 것이 있다.

칠레의 엘키 밸리에서 태어난 '몰리나 쇼비뇽 블랑'이 그 주인공이다.

'몰리나 쇼비뇽 블랑'(Reserva Castillo de Molina Sauvignon Blanc Elqui 2007,Vina San Pedro)은 최근 국내 와인잡지 '와인리뷰'가 주최한 '2008 코리아 와인 챌린지'에서 샤르도네의 오랜 아성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쇼비뇽 블랑은 신선함과 발랄함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감귤류의 향과 사과 향이 입안에서 조화롭게 표현되고 산도가 밸런스를 잘 받쳐준다.

또한 가벼운 미네럴 터치와 풍성한 볼륨감,길게 지속되는 피니시가 인상적이다.

이번 코리아 와인 챌린지 말고도 국제 대회에서 20회나 수상했을 만큼 퀄리티를 인정받았다.

아페리티프(식전주)로 좋고,생선이나 게,가재 등 갑각류와 잘 어울린다.

몰리나는 칠레에서 가장 유명한 리저브 와인 브랜드 중 하나다.

몰리나 포도원은 1200㏊에 이르는 남미 최대 규모로 카르미네르ㆍ카베르네 쇼비뇽ㆍ샤르도네 등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프리미엄 퀄리티와 무난한 가격이 조화를 이룬다.

퀄리티 대비 가격이 싸다는 점은 몰리나를 비롯한 칠레 와인의 최대 강점.쇼비뇽 블랑 2007년 빈티지를 3만5000원에 맛볼 수 있다.

몰리나 포도원이 위치한 엘키 밸리 지역은 태평양의 강한 영향으로 포도가 서서히 익는다.

그 결과 과일향이 풍부하게 일렁이는 와인이 만들어진다.

'몰리나 쇼비뇽 블랑'은 이런 배경에 힌트를 얻어 '느림의 여유'와 '나만의 시간'을 내세우고 있다.

"몰리나 한 잔과 함께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여유있는 시간을 갖자"는 게 이 와인의 홍보 컨셉트이다.

쇼비뇽 블랑을 올해 최고의 화이트와인으로 뽑은 코리아 와인 챌린지는 2005년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맛과 여운,향과 부케,조화와 균형,색깔과 외양을 기준으로 국내 심사위원 28명과 해외 심사위원 5명이 평가한다.

올해는 17개국에서 772종이 출품됐다.

지난해 수상작 중 일부는 품귀 현상을 보일 정도로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