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정부의 석유제품 관세율 인하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동안 SK에너지 등 4개사가 과점 체제로 유지해온 국내 석유 유통시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악재다.

25일 오후 2시 50분 현재 SK에너지(-5.90%), GS(-6.98%), 에쓰오일(-5.77%)이 모두 하락세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4개 제품의 관세율을 현행 3%에서 1%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휘발유 기준 리터당 17원 정도의 수입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석유제품 시장은 4개 정유사에 의한 과점적 구조”라며 “이번 관세율 인하는 외국 제품의 국내 도입가격을 낮춰 국내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과점 체제에서 경쟁 강화로 방향을 틀어 정유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만큼 정유사의 부담은 커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SK에너지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율이 낮아지더라도 얼마나 수입 증대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라며 “향후 외국 제품이 들어오는 추세를 봐서 가격 조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석유수입사들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2002년 당시 시장점유율이 10%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원유가 상승과 함께 국제 제품가격도 올라 현재는 농협 계열사인 남해화학 정도가 석유 수입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 거래하고 있는 화학 업체들에 부가적으로 수입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극히 미미한 양이며, 페트로코리아, 이지석유 등은 벙커C유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유류 사업의 비중이 25%에 달하는 남해화학은 이번 관세율 인하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주가도 4%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국제 시황에 따라 석유제품을 싸게 들여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고정적인 비용인 관세가 내려가면 가격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그만큼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해화학은 ‘엔씨오일’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2003년 유류 사업에 뛰어든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197개 가량의 주유소를 확보하고 유류 사업을 향후 성장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