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6개 생보사에 대해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 계약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공문을 보내 보험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로 인해 보험사가 은행에 종속되는 현상이 표면화된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6개 생보사에 '방카슈랑스 판매 중단에 대한 업무협조 요청 건'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우리은행은 공문에서 "방카슈랑스 판매 관리 능력을 감안해 방카슈랑스 판매를 중단하고자 하니 이의가 있을 경우 회신해달라"고 밝혔다.

공문을 받은 생보사는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동부생명 ING생명 AIG생명 등이다.

해당 생보사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이 방카슈랑스 계약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절차를 밟는 게 아니냐"며 진의를 파악 중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 17일 우리은행이 방카슈랑스 관련 부서장 명의로 된 업무협조요청서를 보내 일부 방카슈랑스 상품의 판매 중단 방침을 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확한 배경 파악과 함께 은행 측에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해당 보험사와 방카슈랑스 계약을 전면 파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보험사별 상품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PB사업단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융상품별로 대표 상품을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방카슈랑스 부문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을 분류ㆍ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방카슈랑스 상품 가운데 고객 평가가 우수하고 계약유지율이 높은 상품을 위주로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카슈랑스 상품의 경쟁력을 꼼꼼하게 따져 우수한 상품을 선보이는 보험사의 보험을 집중적으로 팔기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를 빚은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등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4단계 확대 시행이 보험권의 적극적인 로비로 철회되자 은행권이 서서히 실력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이 어느날 갑자기 보험사에 해당 상품의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 보험사로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판매 채널이 그만큼 줄게 돼 경쟁사에 비해 영업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방카슈랑스가 확대될수록 은행에 대한 보험사의 종속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우리은행이 전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5% 정도다.

국민은행 27.4%,신한은행 20.6%에 이어 3위권이다.

보험업계는 우리은행처럼 방카슈랑스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는 은행이 추가로 늘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