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돼 첫 거래가 시작된 종목에 대해 '매도'를 권고한 증권사 분석보고서가 24일 화제가 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은 자체 영업과 직결되는데다 투자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를 견뎌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매도' 의견을 내는 것을 금기 시 하는 풍토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익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오전 분할 상장돼 첫 거래가 시작된 SBS홀딩스에 대해 자회사들의 사업부진 전망 등을 들어 투자의견으로 '시장수익률 하회'와 함께 목표주가 4만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은 향후 6개월 간 시장대비 10% 이상의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에 제시되는 투자의견으로, 시장에서는 '매도' 의견의 완곡한 표현쯤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 애널리스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고서에서 '매도'라는 명시적인 단어를 언급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SBS홀딩스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날 농심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로 기업 신뢰도까지 떨어지고 있다면서 투자의견을 '매수2'에서 '축소(REDUCE)'로 하향조정했다. 사실상 '매도'의견이다.

크레디리요네(CLSA)가 지난달 두산중공업에 대해 '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을 낸 것을 비롯해 UBS나 맥쿼리 등 외국계 증권사는 드물게 라도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서는 보기드문 경우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개별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할 경우 해당 애널리스트는 그날 투자자들의 항의를 피해 잠적해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증권사 리포트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매수'의견 일색인 현재의 투자보고서는 분명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적극 매수의견을 낼 때가 있으면 매도 의견도 반드시 개진되어야 하는데도 매도 의견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 이라며 "아직까지 우리 증권시장이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매도 의견으로 단기간에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 종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 아니냐"며 "현재와 같이 균형잡힌 전문가들의 분석자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풍토가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