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서 '인터넷 공룡' 구글이 '통신 강자' 버라이즌와이어리스와 AT&T 등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외신은 구글을 '행복한 패자'라고 표현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주파수를 낙찰받은 버라이즌에 네트워크 개방의무를 부여,구글이 버라이즌의 통신망을 이용해 모바일 검색이 가능한 구글폰을 상용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FCC가 발표한 700메가헤르츠(㎒) 대역(698∼806㎒) 주파수 경매 결과에 따르면 버라이즌과 AT&T가 대부분 핵심 주파수를 차지했다.

1090개 새 주파수 낙찰자 명단에 구글은 없었다.

관심을 모았던 구글의 이통사업 진출은 실패한 셈이다.

FCC는 아날로그 방송에서 회수할 700㎒ 대역 주파수를 이동통신 및 방송용으로 바꿔 지난 17일 경매에 붙였다.

이번 경매의 낙찰 금액은 총 195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이중 버라이즌이 총 94억달러,AT&T는 총 66억달러를 내고 주파수를 할당 받게 됐다.

구글의 응찰금액은 총 46억달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낙찰된 주파수는 2009년 2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서 버라이즌은 새로 구축할 네트워크를 다른 회사에 열어줘야 한다는 의무를 조건으로 달게 됐다.

낙찰가가 FCC 규정 기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FCC 관계자는 "소비자가 휴대폰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버라이즌이 네트워크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구글이 버라이즌이 구축할 700㎒ 대역 네트워크를 이용해 구글폰을 내놓거나 검색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요구해도 이를 받아줘야 한다.

구글 입장에서는 경매에 참여해 낙찰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버라이즌의 망개방 의무를 이끌어 낸 셈이다.

구글 법무 대리인도 "비록 구글이 주파수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이번 경매는 미국 소비자의 승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한국시장에 구글폰을 선보일 경우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의 통신망을 빌려 이통사업을 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구글은 구글폰에 모바일 광고를 많이 싣는 대신 이통요금을 아주 적게 부과한다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구글과 협의,구글폰 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