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에서 일하는 장씨의 남자친구인 박모씨(35)는 플라스틱 조립형 장난감인 프라모델 중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건담 모델'만을 모은다.
박씨는 수입의 30%를 장난감 사는 데 쏟아붓는다.
공인회계사 이지은씨(40)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인형 옷갈아 입히기' 놀이를 한다.
속옷,헤어 액세서리,구두와 핸드백 등으로 인형을 치장한다.
그는 "어린시절 종이를 오려 인형놀이를 했던 생각 때문에 이런 놀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완구 마니아 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30대는 기본이고 40대,심지어 50대 중장년층까지 합류하고 있다.
브라이스,구체관절인형은 여성에게 인기가 많고 프라모델,레고,건담,로봇 등은 남성들이 선호한다.
성인용 장난감은 비싼 건 수백만원을 호가할 정도다.
이들은 장난감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한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통용되는 은어가 있다.
장난감 주인은 '오너',인형은 '아가',완구류 구입은 '입양하다',인형을 갖고 노는 건 '키운다'고 표현한다.
완구업계 한 관계자는 "건담 모형을 한두 개 이상 갖고 있는 남성을 2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며 "특히 30대 남성 마니아가 많다"고 말했다.
완구에 열광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이제까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어른이 장난감을,그것도 비싼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장난감 구입도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알음알음 했다.
할인마트 등에서는 어린이용 장난감만 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장난감족(族)의 수와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현상을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완구업계는 이런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국내 장난감 시장에서 점유율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완구업체 손오공의 이남경 팀장은 "어른용 완구는 인체 비례나 움직임,구조 등을 더욱 정교하게 제작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성인용 완구 판매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어릴 적 감성을 못 잊는 어른을 키드(kidㆍ아이)와 어덜트(adultㆍ어른)의 합성어인 '키덜트'라 부른다"며 "어른 완구족의 연령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소비의 가치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