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지 만 5년이 흐른 현재 메이저 석유업체들이 전리품을 나눠 갖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에 목말라하는 이라크 정부가 전쟁 5년 만에 해외 기업의 유전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물밑 접촉만 벌여오던 미국과 영국의 석유 메이저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총리 에너지 고문인 타미르 가드반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초 원유 증산을 위해 BP 로열더치셸 엑슨모빌 셰브론 토탈 등 석유 메이저 기업 5곳과 기술 지원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라크는 하루 평균 227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기술 지원의 대가로 이들 업체에 2년간 20억∼25억달러를 원유나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로열더치셸은 호주 광산업체인 BHP빌리턴과 손잡고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개발에 대해 이라크 정부와 논의 중이다.

BP는 이라크 남부 루말리아 유전을,엑슨모빌은 이라크 남부 바스라의 주바이르 유전을 노리고 있다.

이들 메이저 회사는 다음 달 발표될 유전 개발 입찰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라크 정부가 지난달 접수한 유전 개발 입찰에는 우리나라의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등을 포함해 세계 115개 기업이 참여했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그동안 이라크 정부와 물밑 접촉을 지속하며 진출 기회를 노려왔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은 지난 2년간 매달 인접국인 요르단 암만에서 이라크 석유부 관계자들과 만나고 매주 화상회의를 통해 원유 증산을 타진해왔다.

베네수엘라 등이 석유산업 국유화를 추진하고,주요 중동 국가들도 외국인의 유전 소유에 폐쇄적인 상황에서 세계 3위의 매장량을 갖고 있는 이라크 진출은 석유회사들에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아직 개발과 채굴 계약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라크는 중동 국가 중 드물게 석유회사의 유전 소유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회사들의 앞에는 경제 논리로만 풀 수 없는 정치적 '지뢰밭'이 놓여 있다.

바로 이라크 전쟁 후 더욱 심화된 인종ㆍ종파 간 갈등이다.

외국 기업의 이라크 유전 개발 참여를 규정하는 '석유법안'은 미국의 압박과 이라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니파와 시아파,아랍계와 쿠르드족 세력의 갈등으로 의회에서 현재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석유 개발 계약 권한을 누가 갖는지도 뚜렷하지 않다.

실제 이라크 정부는 지난 1월 쿠르드 자치정부와 거래했다는 이유로 SK에너지와 호주 기업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형 석유회사들은 북부 지역 진출은 삼가고 있다.

석유회사들은 유전 개발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라크의 정치적 법적인 상황이 좀 더 명확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방 메이저 '석유 잔치' 시작되나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