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소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소비란 의식주처럼 '필요한 것(needs)'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이쯤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와 무관한 다른 동기,즉 탐욕이나 과시욕 이기심 같은 것 때문에도 재화를 소비한다.

이처럼 필요와는 무관한 '원하는 것(wants)'의 충족,이것을 부정적 소비라고 부른다.

고대 중국에서는 필요 이외의 소비를 사치(奢侈)라 불러 원래의 소비와 엄격하게 구분했다.

사(奢)는 '큰 것(大+者)'이고 치(侈)는 '많은 사람(人+多)'이므로 사치는 무엇이건 '1인분보다 많은 분량'을 뜻했다.

폭군의 대명사인 은나라 주왕이 즐겼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 좋은 예다.

그러나 근대경제학이 소비를 생산의 대칭개념으로 내세우자 소비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이 됐다.

현대인은 무엇이나 소비한다.

고전적 의미의 소비대상은 엄청난 생산력의 발전 덕분에 이미 논외가 됐다.

이제 소비의 대상은 예술이나 지식 도덕 같은 것들이다.

'나는 소비한다.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소비주의는 궁극적으로 욕망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다.그렇다면 미래의 소비는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시장권력의 중심,소비자가 진화한다'(김용섭ㆍ전은경 지음,김영사)가 지금까지 알려진 변화방향을 토대로 정리한 미래소비의 12가지 모습을 보면 역시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최저가격 사냥꾼과 고급예술 소비자 사이에,개인의 연대와 고립된 개인주의 사이에 중간지대는 없는 것 같다.

빅브러더에 맞서는 스몰시스터(Small Sister) 연대가 공정무역 커피 사마시기 운동을 펴는 한쪽 커피숍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싱글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커피잔을 홀짝거리며 '도덕적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유행어,신조어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을 한 번 들춰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을 마음껏 '소비'할 수 있다.

372쪽,1만85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