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춤추고 있다.

수십년간 기축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여기에 전 세계 통화 중 원화만이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2년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치솟으면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환율 쇼크'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돌발적인 변수들로 인해 불규칙적으로 급등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불안한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주변에서 오르내리다 이르면 4월 말,늦어도 하반기에는 다시 900원대 후반에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를 필요로 하거나 반대로 대량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은 기다림과 분할,헤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율은 언제 어느 선에서 안정되나

최근 들어 원화가 달러화에 대해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연내 이 '오버 슈팅' 국면이 진정된다는 사실에도 대체로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 시점에 대해서는 4월에서 연말까지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4월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배당금을 받기 때문에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따라서 4월까지는 변동성 큰 시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상철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부 과장은 "3~4월 중 원·달러 환율이 연중 고점을 찍고 1000원으로 수렴해 연말로 가면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중 평균 환율 전망치는 대체적으로 달러당 960~980원으로 예측했다.

또 단기적으로 급등락을 거듭하겠지만 1100원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홍춘욱 국민은행 파생산업영업부 팀장은 "대부분의 악재가 이미 노출됐기 때문에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달러당 1100원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으로 오른 것은 오버 슈팅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달러당 1050원 이상으로 오르기는 어렵고 950원 선까지 조정을 받다가 연평균 960원 정도에서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는 서두르지 마라

전문가들은 환율의 불안정성이 사라질 때까지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가족들에게 외화를 보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에게는 당장 꼭 필요한 돈만 보내고 나머지 돈은 가능하면 송금을 늦추라고 말하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서초센터 PB팀장은 "6월까지는 환율의 변동성이 컸다가 하반기에는 진정될 것으로 본다"며 "급한 돈이 아니면 하반기로 송금 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대신 그 전까지 본인이 정한 적정 환율 이하로 떨어질 때 외화를 분할 매수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인 960~980원 선에 근접하면 그 때마다 달러를 미리 사두라는 것이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거액을 들여 해외여행을 가려는 고객들도 분할해서 외화를 매입하는 게 유리하다"며 "외화도 주식이나 펀드처럼 시간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는 방법이 최고의 환테크"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평소 외화 적립예금에 돈을 조금씩 모아두는 것도 환테크의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외화 매수 시기를 잘 선별해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입하면 적잖은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 보유자는 분할 헤지

현재 달러나 엔화 등 외화를 보유한 자산가들은 분할해서 환 헤지를 하라고 권했다.

조금씩 환율이 오를 때마다 거래 은행에 선물환 요청을 하면 된다.

1~12개월까지 일정 기간 본인이 정한 환율로 고정돼 향후 환율이 떨어지면 하락폭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김인응 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외화금액을 3~4등분 해서 환 헤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달러보다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이는 통화 채권에 투자하는 다소 공격적인 환테크 방안도 추천했다.

이관석 PB지원부 부부장은 "이머징 국가의 통화는 중장기적으로 달러보다 평가절상될 것이기 때문에 환 헤지를 하지 않고 이머징 국가 채권을 사거나 그 국가의 펀드에 가입하면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