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민영화 놓고 정부내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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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산은지주사'에 재정부는 '메가뱅크' 고수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20일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처음으로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초대형 금융지주회사(메가뱅크) 설립'이 아니라 그 이전 버전인 '산업은행 지주회사 설립' 방식으로 하겠다는 게 골자다.
민영화 작업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재정부와 금융공기업의 주무기관인 금융위가 출범 후 첫 정책공조 사안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한 셈이다.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놓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위 "메가뱅크 반대"
전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의 기본방향은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정책금융전담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재정부의 '메가뱅크 방안'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가뱅크 방안은 산업은행과 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어 초대형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뒤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자는 구상이다.
반면 인수위 안은 세 은행을 합치지 말고 각각 매각하는 것을 전제로 산업은행에 대해서만 민영화 계획을 짜놓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은행의 투자은행(IB) 부문을 별도 법인화한 뒤 산은의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함께 '산은지주회사'로 묶어 매각을 추진하고,그 매각대금으로 KIF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재정부가 메가뱅크 방안을 새로 마련해 금융위에 막 협의를 제안한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전 위원장은 인수위 안을 선택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민영화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덩치가 커지면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공적 금융기관들의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것은 민간중심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새 정부의 큰 흐름과도 상치된다"고 지적했다.
세 은행을 합칠 경우 자산규모가 540조원에 달해 민간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정부 "금융위 입장일 뿐"
재정부는 금융위의 이날 발표에 대해 "금융위의 입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방안을 그대로 옮긴 것일 뿐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세심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정부가 문제로 삼는 것은 우선 '덩치'문제다.
산업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20조원으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을 보유하게 된 민간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정책금융 기능을 분리할 경우 은행의 내재가치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산업은행에다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합치는 '메가뱅크' 방안은 자산규모가 540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가뱅크를 장기적으로 정책금융기능,상업은행기능,투자은행기능으로 재조정할 경우 매각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세 은행을 합치는 것이 민영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금융위의 지적도 '기우'일 뿐이라고 재정부는 반박하고 있다.
어차피 산업은행 금융지주회사 방안도 민영화되기까지 정부가 지분을 상당기간 보유해야 하고,메가뱅크 방안도 단계적 민영화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어떻게 될까
재정부와 금융위는 조만간 태스크포스를 구성,본격적인 의견절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정부는 금융위와의 교섭 창구를 어디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상태다.
전 위원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메가뱅크 방안이) 물 건너 갔다는 표현보다는 마지막 순간까지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노력할 것"이라며 "장단점들을 비교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