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와 자회사,자회사와 손자회사의 공동출자를 금지하고 있는 데다 손자회사에 대해서까지 지분 100%를 인수해야만 증손회사를 허용하는 규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지주회사 제도에서는 기업들이 획기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는 어렵다"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주회사제도가 자회사.손자회사를 포괄하는 지나친 출자 제한으로 기업들의 투자 확대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는 금융자회사를 매각하도록 한 규정은 기업 성장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CJ그룹이 최근 CJ투자증권과 운용사 등 금융자회사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사정에서다.
지주회사 체제인 SK그룹 역시 SK증권을 매각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주요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검토작업을 중단했다.지주회사로 가기보다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등과 연계된 현행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면서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금융업체 인수는커녕 이미 보유한 금융자회사까지 매각해야 하는 것은 다른 대기업군에 비해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와 함께 투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규정도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향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매물은 수조원에 달하는 데도 지주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출자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검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든 지주회사가 그렇지 않는 그룹보다 오히려 투자에 제한을 받는 것은 문제"라며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가 추진되고 있는 만큼 현행 지주회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출총제와 지주회사 제도는 함께 검토되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출총제 폐지 땐 지주회사 규제완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준/장창민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