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7일(현지시간) 보합세로 마감했으나 월가에선 '제2의 베어스턴스가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한 상태다.

월가 전문가들도 신용위기가 단기간에 끝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및 데이비드 위스 S&P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과 이메일 및 전화 인터뷰를 갖고 신용위기 현황과 전망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데이비드 위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금은 '유동성 위기'보다는 '신용 위기'로 봐야 한다.

기준금리가 절대적으로 낮아 신용 상실이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베어스턴스를 파산한 금융회사처럼 취급하고 조치를 취했다.

어떡하든 금융시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겠다는 게 FRB의 의지로 읽혀진다.

그런 점에서 적기의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FRB의 노력은 아직 성공을 거두고 있지 못하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와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FRB와 행정부는 대형 금융회사가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는 회복될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어떤 '마법의 지팡이'도 없다는 사실이다.


◆손성원(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금융시장에서 신뢰가 무너진 상태다.

따라서 '제2의 베어스턴스'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FRB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FRB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FRB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모기지 관련 증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다.

FRB는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고 유동성을 크게 늘리려 할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는 상반기 중 연 1.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누리엘 루비니(뉴욕대 교수)

FRB가 감독도 하지 않는 '그림자 금융회사(shadow financial system.비은행 금융회사)'에 직접 돈을 빌려주기로 한 조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급진적인 변화다.

FRB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비은행 금융회사의 문제를 단순히 유동성 위기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지급불능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FRB가 무한정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은 자칫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위기를 더 크게 키울 우려를 안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이미 예측한 12단계 중 9단계(비은행 금융회사의 붕괴)를 지나고 있다.

앞으로 지급불능 위기가 고조되면서 자산의 헐값매각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경기침체가 신용위기를 키우고 이는 다시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1년 이상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금융회사들은 1조달러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존 프라빈(푸르덴셜 수석 투자전략가)

최근 미국 금융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디레버리지(자산처분 및 대출회수)를 취해왔다.

당연히 유동성이 고갈됐다.

베어스턴스 사태는 유동성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렇지만 FRB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신용시장은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디레버리지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이로 인해 파산 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파산 문제는 FRB가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낮춰도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당국은 유동성 위기와는 별도로 경제적인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본다.

파산위기에 처한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든지,모기지 이용자들의 모기지를 재조정하는 방법들을 생각할 수 있다.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 교수)

FRB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시중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이런 추세라면 '베어스턴스 몰락'이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FRB는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제로금리'까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위기까지 겹쳐 미국의 경기침체는 2010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간 미국 집값은 25% 하락하고 지역에 따라선 50%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대공황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1990년대 수백개 은행의 파산을 초래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와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던 2001년의 상황을 합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


◆스티븐 로치(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에서 초래된 파장이 금융시장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이는 다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으로 본다.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 심화는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은 금융회사들에 또다른 압력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즉 신용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신용위기 및 금융회사의 손실을 확대하는 구조가 당분간 되풀이될 전망이다.

이는 단기간에 마무리될 성질의 파문이 아니다.

세계의 다른 경제권은 이번 파문이 미국의 문제로만 그치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진전된 세계화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아시아 신흥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제가 위축세로 돌아선 만큼 아시아 지역 경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