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無재고. 캐논식 셀방식 결합

지난 14일 경상남도 창원시 가음정동에 위치한 LG전자 에어컨 공장. '바람돌이'라는 어른 정강이 높이의 작은 차량이 부품을 잔뜩 짊어지고 바닥에 깔린 마그네틱선을 따라 공장 안을 분주히 돌고 있었다.

바람돌이는 LG전자가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만든 무인 운송로봇. 생산라인에서 쓰는 부품이 줄어드는 시간을 스스로 계산해 제때 부품을 배달하는 것이 바람돌이의 역할이다.

공장에는 바람돌이 외에도 실어 나르는 부품의 무게와 크기에 따라 '광개토'(대형 부품 운송) '이순신'(장거리 운송)으로 불리는 무인 운송로봇 30여대가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구석근 에어컨 제조그룹장(44)은 "도요타식 생산 방법을 LG전자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낸 것이 '바람돌이'"라며 "중국의 저가 공세도 무섭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40년을 맞은 LG전자 에어컨 사업부는 올초 생산체계를 'LG 방식'으로 개편한 뒤 '변화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에어컨 사업부는 지난 수년간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요타를 벤치마킹해 왔다.

에어컨 사업부가 주목한 것은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무인전동차를 이용,적기에 부품을 나르는 도요타만의 낭비 제거 방법.하지만 무인 전동차를 사오려니 대당 1000만원에 달했다.

'우리 식으로 해보자'란 생각에 어린이 장난감인 무선 자동차를 뜯어보며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기를 1년반.350만원으로 자체 운송로봇을 만들었다.

바람돌이 한 대가 가져온 효과는 뜻밖이었다.

생산라인당 5%의 원가절감 효과가 있었던 것. 입소문이 퍼지면서 무인 운송로봇 2대를 LG전자 내 다른 사업부에 팔기도 했다.

개발을 맡았던 이상봉 차장(41)은 "올해 안으로 로봇다운 뇌를 바람돌이에 얹어줄 계획"이라며 "LG전자의 전 사업장에 바람돌이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생산 방식도 완전히 뒤집었다.

대량 생산 방식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생산직 근무자를 재배치한 뒤 지난해 11월 '단독셀' 방식의 생산라인을 새로 세웠다.

숙련된 전문가가 하나의 에어컨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책임생산 방식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단독셀 생산라인에 가 보니 8명의 숙련공이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목표대수 27대,현재 진행률 33%'라는 전광판이 깜빡이고 있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단독셀 방식을 국내 에어컨 사업장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구 그룹장은 "단독셀 방식을 도입한 뒤 생산성이 30% 이상 올랐다"며 "이제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창원=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