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업계와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가라앉은 미술시장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옥션 등 미술품 경매업계는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이중섭과 박수근 이대원 천경자 오치균 김종학 등 '블루칩' 작가들의 경매 시작가(추정가)를 작년보다 10~40% 정도 낮춰 고객잡기에 나선다.

화랑업계도 그림값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배병우 전광영 이석주 이왈종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을 싸게 판매하는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삼성비자금 수사와 국내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미술품 구입을 자제하고 있는 '큰손' 컬렉터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서울옥션은 오는 25일 110회 경매 출품작의 추정가(시작가)를 작년 9월보다 최대 30%나 낮췄다.

이중섭의 수작 '새와 애들'(추정가 15억원)을 비롯해 박수근의 '노상의 사람들'(추정가 10억~15억원),천경자의 '여인'(추정가 5억~7억) 등 대작의 시작가를 작년보다 약 1억~2억원 싸게 매겼다.

서울옥션이 추정가를 인하한 것은 1998년 미술품 경매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강요배 박항률 안창홍 사석 이목을 이정웅 이사라 등 중견.신진들의 소품도 추정가를 대폭 낮춘 500만원 선에 출품한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시작가를 낮게 설정해 구매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였는데 작품 프리뷰도 서울 부산 울산 등 세 곳에서 차례로 실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26일 경매를 실시하는 K옥션 역시 박수근의 1960년작 '귀로'(추정가 5억5000만~7억5000만원)를 비롯해 천경자의 '사월'(추정가5억5000만~7억5000만),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추정가 4억8000만~6억원),오치균의 '가을길'(추정가 1억7000만~2억원) 등 인기 작가의 대표작을 10~40% 할인가에서 경매를 시작한다.

화랑업계도 중저가 기획전과 작품값 공개를 통해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린다는 방침이다.

노화랑은 다음 달 15일부터 10일간 배병우 이왈종 전광영 구본창 이석주 윤병락 이수동 등 인기작가 30여명이 참여하는 '500만원대 아트페어'로 시장 분위기를 선도할 계획이다.

우림화랑은 다음 달 10일 변관식 이상범 김은호 장우성 김용진 최우석 김기창 등 한국화 대가들의 작품을 점당 100만~1000만원대에 판매하는 '한국화 100인 100선' 특별할인전을 마련한다.

대형 상업화랑들의 작품값 공개도 눈길을 끈다.

올 들어 가나아트갤러리,선화랑,노화랑,표화랑,예화랑 등이 전시장 안에 작품 가격표를 배치하는 '클린 마케팅'을 도입했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미술품 컬렉션이 생활문화로 자리잡은 미국,중국,유럽 등에서는 그림 판매액만 한 해 수조원대가 넘을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미술시장도 삼성특검이 마무리되는 4~5월을 기점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