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경영부실.코드관료.비리


재경팀 = 참여정부 시절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센 가운데 물갈이 대상 공공기관장의 퇴출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권과 정부 관료들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5일 "현 시점까지 생각할 때 새 정권은 지난달 25일 시작됐지만 아직도 야당과 같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정권과 코드를 함께했던 공공기관장들을 겨냥했다.

갈수록 정부와 여권의 퇴진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 '실적으로 평가하라' 운운하며 자진해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다.

16일 정부.여권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퇴출 기준이나 원칙이 명시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해당분야에 아무런 전문성 없이 '배려 차원'에서 자리를 꿰찬 공기업 사장이나 감사.이사, 노무현 정부의 핵심 정책 입안이나 집행에 관여한 고위 관료 출신, 실적이 부실한 공기업 임원, 비리연루자 등이 퇴출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 낙하산.무능 인사 퇴출 전망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6일 "참여정부 들어 임명된 모든 공기업 사장들이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대한 재신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됐던 모든 공공기관장들이 물갈이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선 부처에서도 일도양단 식으로 대상을 구분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낙선 뒤에 '배려 케이스'로 들어오거나 임기 말에 임명된 정치권 출신인사들이 1차적으로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무원이나 기업인 출신으로 공모를 거쳐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인사들은 대상이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정치권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이나 기업인 출신이라도 감사원의 감사나 정부의 공기업 평가에서 확실하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물갈이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공모절차를 거쳤지만 사실상 낙하산 인사에 해당되는 정치적인 인물 ▲공무원이나 기업인 출신이지만 업무성과가 미흡하거나 경영상에 문제를 초래한 인물 등이 물갈이 대상에 될 것으로 보인다.

◇ 공기업 평가작업 본격화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평가 결과는 6월초에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교수.공인회계사 등 140명의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101개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경영평가에서는 업무성과 뿐 아니라 방만경영 실태까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감사원도 24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10일부터 21일까지 31개 공공기관에 대해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예비감사 결과에 따라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등으로 감사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점검대상은 ▲불필요한 지방조직.자회사와 해외지사 및 사무소 운용, 부적격 직원 채용,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각종 공사나 물품의 고가구매 등 공공기관 방만 경영 ▲공공기관 경영 평가 및 공시, 이사회 운영 등 관리시스템 작동 여부 ▲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등 그동안 진행된 감사결과 조치의 이행실태 등이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사례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 문책 등 엄중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평가 결과들이 공기업사장의 퇴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공공기관장들 눈치 보기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됐던 공공기관장들은 사표를 내야 하는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장은 "아직까지는 사표를 내라는 지시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의 한 간부는 "사장이 사표를 내야하는 것인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를 몰라 직원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방적인 압력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임기가 보장돼 있는 데다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퇴진압력을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부처로서도 난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임원추천위원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 공모와 심의 절차를 거쳐 임명된 공기업사장에게 특별한 이유 없이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 없는데다 이런 요청을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의 개념도 모호할 뿐아니라 경영평가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곧바로 퇴진시키기도 어렵다"면서 "본인이 자진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