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노조 때문에 인력 재배치나 생산라인 전환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호시노 데쓰오 기후차체 회장(72)은 12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 회사에선 생산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회장 여비서도 용접봉을 잡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차체는 연간 6만~7만대의 승합차와 트럭을 도요타에 100% 완성차 형태로 납품하는 도요타의 핵심 협력업체다.

'도요타 생산방식(TPS)'의 전수자인 호시노 회장은 "도요타와 협력업체 직원은 언제든 다른 일을 맡을 수 있는 다능공(多能工)들"이라며 "노사를 떠나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느냐"고 되물었다.

호시노 회장은 "도요타와 협력업체 노조가 마지막으로 파업한 것은 58년 전인 1950년"이라며 "경영진도 평소 경영 상황과 생산성 등을 모두 공개하고 노조와 신뢰를 쌓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가 원자재 공급 업체와 6개월에 한 번씩 원자재값을 정한 다음 하청사들이 모두 같은 가격에 구매하는 방식"이라며 "한국의 주물파동처럼 납품단가 인상을 놓고 완성차와 부품업체가 대립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호시노 회장은 "도요타가 세계 1등 기업이 된 것은 협력 업체를 골프의 싱글 수준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한뜻으로 전진하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를 보면 개성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재미 있고 특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강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호시노 회장은 13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한국생산성본부(KPC) 정기 포럼에서 '도요타의 길,글로벌 1등 기업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한다.

조재길 기자/양윤모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