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정부만능주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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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고 한다.
물가는 상승하는데 성장률은 1992년 경기침체 이후 최저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소위 지식기반경제의 모델로 불리던 영국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적 신용위기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F'로 시작되는 세 단어,저당압류(Foreclosure),외국인(Foreigner),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택경기 침체는 미국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고,그 정도는 미국 중앙은행의 대응,그리고 미국 밖의 경제회복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됐으니 미국 경제도 미국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가 엊그제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밝혔다.
성장률 6% 내외,일자리 35만개를 제시하고,물가는 3.3%,경상수지 적자는 70억달러 선에서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성장 추구 자체에는 수긍하면서도 성장률 목표에 회의적이다.
정부는 물가,경상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대내외 여건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과 감세에는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그렇다고 정부가 다른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성장률을 4%대로 하향 조정하는 이유를 잘 알지만 어떻게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당장의 성장률 높이기에 도움될 만한 건 죄다 끌어들였다.
그러다보니 연구개발 미래산업 등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된 것들은 구색 맞추기용이 돼버린 것 같다.
그런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관료들의 말이 자꾸만 걸린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밖의 경제는 잘 돌아가는데 안에서는 죽을 쑤는 것 같아 답답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의 경우는 서브프라임이다,고유가다 해서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국민들이 더 잘 안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기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호보내기에 열심이다.
솔직히 앞으로 기업이나 가계가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더 많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작은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끝난 게 아니다(이미 이건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민간주도 경제로 가자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도 말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정작 경제운용방향의 밑바탕에는 또 다른 '정부 만능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는 느낌이다.
정책만 그런 게 아니라 사고도,일하는 방식도 그렇다.
길게는 30년 전,짧게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앞을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
불확실성이라는 말 자체 그대로다.
이럴 땐 '덜 말하고,더 많이 경청하라'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조언이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정부가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니 위기는 언제나 겸손을 잃고,과욕을 부릴 때부터 시작됐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
물가는 상승하는데 성장률은 1992년 경기침체 이후 최저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소위 지식기반경제의 모델로 불리던 영국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적 신용위기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이다.
올해 미국 경제는 'F'로 시작되는 세 단어,저당압류(Foreclosure),외국인(Foreigner),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주택경기 침체는 미국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고,그 정도는 미국 중앙은행의 대응,그리고 미국 밖의 경제회복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됐으니 미국 경제도 미국 마음대로 안 되는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가 엊그제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밝혔다.
성장률 6% 내외,일자리 35만개를 제시하고,물가는 3.3%,경상수지 적자는 70억달러 선에서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성장 추구 자체에는 수긍하면서도 성장률 목표에 회의적이다.
정부는 물가,경상수지 적자를 어느 정도 용인하더라도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하지만 대내외 여건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과 감세에는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그렇다고 정부가 다른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면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이 성장률을 4%대로 하향 조정하는 이유를 잘 알지만 어떻게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당장의 성장률 높이기에 도움될 만한 건 죄다 끌어들였다.
그러다보니 연구개발 미래산업 등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된 것들은 구색 맞추기용이 돼버린 것 같다.
그런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관료들의 말이 자꾸만 걸린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밖의 경제는 잘 돌아가는데 안에서는 죽을 쑤는 것 같아 답답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 정부의 경우는 서브프라임이다,고유가다 해서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국민들이 더 잘 안다.
그럼에도 새 정부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기만 하면 모든 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신호보내기에 열심이다.
솔직히 앞으로 기업이나 가계가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일들이 더 많아 보이는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작은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끝난 게 아니다(이미 이건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민간주도 경제로 가자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도 말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정작 경제운용방향의 밑바탕에는 또 다른 '정부 만능주의'가 짙게 깔려 있다는 느낌이다.
정책만 그런 게 아니라 사고도,일하는 방식도 그렇다.
길게는 30년 전,짧게는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앞을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
불확실성이라는 말 자체 그대로다.
이럴 땐 '덜 말하고,더 많이 경청하라'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조언이다.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정부가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생각해 보니 위기는 언제나 겸손을 잃고,과욕을 부릴 때부터 시작됐다.
안현실 논설ㆍ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