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가치가 한국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주요국 통화와 대비해선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미 모기지회사를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다시 커지고,오는 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0.75~1%포인트의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달러화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화 약세 추세가 이어져 이르면 이달 중 달러당 100엔 선이 무너지고,유로화와 위안화에 대해서도 최저치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지난주 유로당 1.5459달러로 1999년 유로화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위안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7.11위안대로 사상 최저수준에 거래됐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01.43엔까지 떨어져 2000년 1월 이후 8년2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10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100엔 선이 조만간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미 경기후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달러 매도세를 멈추게 할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이다.

야마시타 에쓰코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 엔화가치가 이달 말에는 달러당 100엔 선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지이 도모코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들도 외화매입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달러당 101엔대 전반이 저항선 역할을 하겠지만 달러당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오니시 도모오 도이치증권 외환영업부장은 "1999~2000년과 2005년의 엔고 상황을 되새겨 보면 달러당 101엔대가 '엔화의 강력한 저항선' 역할을 했다"며 "달러당 100엔 선이 깨지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달러화에 대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유로화 가치는 당분간 오름세를 보이다 하반기부터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열리는 FOMC에서 미 기준금리가 대폭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은행(BOE)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각각 4.0%,5.25%로 동결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환율 투자전략가인 아담 보이톤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유로화는 유로당 1.5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의 통화 투자전략가인 스테판 홀마리크는 "6월 말 유로당 1.54달러를 기록한 뒤 9월 말에는 1.51달러,올 연말께 1.48달러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로화 강세가 급속하게 진행되다 보니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환율전망치를 수정하느라 바쁘다.

BNP파리바의 글로벌 통화 수석전략가인 핸스 래데커는 "당초 이달 말 환율을 유로당 1.46달러로 예상했지만 최근 유로당 1.52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달러당 7.109위안 선에 거래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가치는 연말 6.6위안 선까지 오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는 작년 말보다 10% 정도 평가절상되는 수준이다.

중국 인허증권 우주야오 리서치센터장은 "올 절상폭은 8~10%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틱자산운용의 예샹 리서치센터장도 "위안화 강세(환율 하락)는 인플레 억제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라는 두 가지 효과가 있어 중국 정부도 안정적인 강세를 바라는 것 같다"며 "그렇지만 10% 이상은 절상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하영춘/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