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99년부터 시행해온 콜금리 운용목표제를 폐지하고 이달부터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를 기준으로 한 `한은 기준금리제'를 도입함에 따라 단기자금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한은의 통화정책 수단은 지금까지 콜금리 운용목표에 맞춰 콜시장에서 형성되는 실제 콜금리를 조정하는 것이었으나 앞으로는 7일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가 주된 수단으로 사용된다.

매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발표하던 콜금리 운용목표(무담보 익일물)가 기준금리로 바뀌지만 금리수준은 2월에 의결된 연 5.00% 수준에서 그대로 출발한다.

7일물 RP매매를 토대로 한 기준금리제가 도입되면 되면 콜시장의 금리 변동 폭이 커지더라도 한은이 이를 방치하면서 7일에 한 번씩만 공개시장 조작을 단행하기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자신의 책임에 따라 자율적으로 단기시장에서 돈을 꾸거나 빌려주는 식으로 적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콜금리 운용목표제 아래서는 한은이 콜금리 목표 수준에 맞춰 자금이 부족할 때 공급하고, 넘칠 때는 흡수하는 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왔지만 금통위가 매월 결정해 발표하는 콜금리 운용목표와 실제 콜시장에서의 금리는 거의 똑같은 수준을 나타냄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가령 콜금리 운용목표가 연 5.00%이지만 콜시장에서는 자금의 수급 상황에 따라 실제 금리가 연 5.00%를 넘을 수도 있고 못 미칠 수도 있는 것이 상식이지만 한은이 수시로 하루짜리 RP매매를 통해 과부족을 해소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의 긴장감은 높지 않았고 단기자금 관리에도 느슨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은이 정책금리를 `기준금리'로 변경해 7일에 한 번씩 정례 RP 매매를 통해 통화정책을 펼친다.

이는 시중 유동성의 공급과 흡수를 위한 한은의 시장개입이 한주일에 단 1차례만 이뤄진다는 의미다.

RP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영업일에는 단기금리가 크게 등락하더라도 한은이 더 이상 자금 과부족을 해소해주지 않기 때문에 콜시장 참가자들은 자신의 책임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금 과부족을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한은의 RP매매가 없는 날에 갑자기 자금이 필요한 시중은행은 콜시장에서 높은 금리를 물고 단기자금을 끌어와야 하며,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에도 콜시장으로 달려가 자금을 굴려야 한다.

한은은 다만 지준 마감일 등에 금리가 이상 급변동할 때는 예외적으로 단기 RP 매매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대기성 여수신제도를 도입해 콜금리의 안정성을 확보키로 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에 의해 콜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하면서 시장참가자들이 콜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경우 기준금리에 1.00%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한은으로부터 용도나 회수에 제한없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준마감 당일에 한해서는 가산금리가 0.50%포인트로 축소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운용하는 재할인율 정책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러한 대기성 여수신 제도가 도입되면 콜시장의 금리는 기준금리의 ±1% 범위에서 움직이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한은은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