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대표주자 LG전자와 자동차주 맏형 현대차가 증권 시장에서 같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며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 두기업은 1년 전 나란히 5-6만원대의 주가 수준을 유지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LG전자의 경우 주가가 두배 가까이 올라 10만원대 타진을 마치고 상승폭을 더욱 키워 나가는 반면 현대차는 6만원대 언저리를 맴돌며 박스권에 갇혔다.

1년동안 두 기업에는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길래 이 같은 격차가 벌어지며 희비가 교차되고 있는 걸까?

◇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LG전자를 1년 이상 분석해온 대신증권 박강호 애널리스트는 "'집중'과 변화에 대한 '유연성'이 LG전자가 주식시장에서 거침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원천"이라고 잘라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월만 해도 증권사들이 앞다퉈 목표가를 하향조정한 종목이다. PDP와 LCD TV의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시장우려가 심각한 상황이었고, 에어컨과 냉장고 등 디지털 가전 부문의 수익악화도 부정적 평가에 한 몫 했다.

하지만 이후 LG전자는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한다.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휴대폰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PDP 부문은 평상 수준을 유지하되 적당한 시기가 되면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단적인 예가 휴대폰 브랜드 '사이언'의 변신이다. 지난 2006년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지난해 샤인, 프라다 등 제품별 브랜드 차별화를 강화하고, 고가의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이 성공한 것. 올해는 '뷰티폰'이 바톤을 이어받고 선전 중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LG전자 매출의 40%가 휴대폰인데 지난 2006년도 영업이익률이 0.8%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률이 전사업부문에서 가장 높은 8.5%까지 올라섰고 올 1-2월에는 9% 후반대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휴대폰 부문을 강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PDP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사업환경 변화에 맞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 것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LG전자는 이제 과거 가전사 이미지에서 IT기업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6일 LG전자는 깜짝실적에 대한 기대감과 휴대폰 수출 호조 전망에 힘입어 장중 한때 11만3500원까지 올라 지난해 12월 10일 기록한 신고가 11만3000원을 갈아치우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 '시장의 신뢰가 우선'

반면에 현대차는 신차 제네시스 출시와 환율 상승 등 강한 주가상승 에너지를 품고도 1년 전 주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증권사들은 양호한 펀더멘털을 이유로 들며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쉬지 않고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꿈쩍도 않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대차의 지리한 박스권 횡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의 신뢰 문제에서 답을 찾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증권사 호평이 아무리 쏟아져도 결국 실적으로 말해줘야 하는데 그것이 녹록치 않다는 분석이다. 승부처인 해외시장에서 이미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또한 신흥증권 인수 등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복병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운 것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말 이후에도 기관들의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주가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다. 오는 4월 중국 제2공장 가동과 중국 내 판매실적을 보고 매수시점을 결정하기 위해 기관들이 투자자비중을 완만하게 가져가고 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저명한 자동차 품질평기관 J.D파워 설립자 제임스 데이브 파워3세(James Dave Power)는 지난달 27일 현대차에 '산 넘어 산'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현대차가 '싼차'로 미국시장을 공략해 성공하는 듯 했지만 소비자들의 매서운 평가로 주저앉았던 쓰라린 경험을 이제야 극복한 듯 하다"면서 "그러나 또다시 고급차 브랜드라는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산 하나를 내려와 또다른 산 앞에 서게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도 오후 2시20분 현재 6만5800원에 거래되며 5거래일 연속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