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채용 시즌의 막이 올랐다.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3월부터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인재가 곧 기업 경쟁력'이란 점에서 모든 기업들의 공통 목표는 '어떻게 하면 경쟁사보다 우수한 인재를 뽑느냐'로 요약된다. 채용에 나선 기업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우수한 인재를 뽑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일꾼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막상 채용해 놓고 나면 곧바로 이직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도 기업들의 고민이다.

실제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최근 입사 1년 미만 직장인 5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6.7%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구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신입사원 세 명 중 한 명은 입사하면서부터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최근 직원들이 한탕을 노리고 회사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사례가 잦아지는 것도 기업들을 고민에 빠뜨리는 요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결국 좋은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뽑은 인재를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기업 채용의 지상 과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신입사원을 핵심인력으로 양성하는 동시에 갈수록 낮아지는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의 해법을 찾아 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은 1년여에 걸쳐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한다.삼성의 '초일류 DNA'를 이식해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진정한 '삼성맨'으로 만들기 위해서다.입사 후에도 사내 MBA과정,해외 지역전문가 과정 등 다양한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한다.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해까지 2개월가량에 그쳤던 신입사원 교육기간을 올해부터 최대 1년으로 늘렸다.1개월간 기본 교육을 받고 4개월간 마케팅,판매,물류,상품기획,R&D 등 다양한 현장 체험을 소화한 뒤 6개월간 '일 잘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프로그램을 바꿨다.LG전자 관계자는 "신입 사원의 역량을 높이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기 위해 교육 기간을 늘리고 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고 설명했다.

STX그룹도 이색적인 신입사원 교육을 운영 중이다.모든 신입사원들에게 10박11일 일정으로 크루즈선을 타고 중국 주요 도시를 방문하게 하는 '해신 챌린저' 프로그램이 그것이다.해상왕 장보고의 위업을 이어 받아 전 세계 시장에 STX그룹을 알리자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신입사원 교육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SK그룹이 대표적.최태원 회장은 매년 입사하는 신입사원들과 'CEO와의 대화'란 시간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직접 소개한다.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새내기들과 등산을 하면서 '스킨십'을 키우고 있다.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매년 새내기들을 만나 "글로벌 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기업은 신입사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GS칼텍스는 2005년부터 그룹의 시무식을 신입사원들만의 행사로 바꿨다.입문 교육기간 중에 준비한 뮤지컬,타악,마술 등을 회사 경영진과 선배 사원들에게 선보이도록 한 것.신입사원 부모들에게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 우리 회사에 보내줘 고맙다'는 의미로 꽃다발을 보낸다. 대한항공도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에 부모님을 초청해 '부모들의 영상 메시지 상영''부모 대표의 격려편지 낭독' 등 깜짝 이벤트를 열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