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마음 편할날이 없다.

2월 한달간 안정을 되찾는듯 했던 주식시장이 3월 첫 거래일을 힘겹게 시작하고 있다.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크게 줄고 어느 정도 내성도 생겼다곤 하지만 경계심이 여전했던 탓에 뉴욕 증시가 갖은 악재에 둘러쌓여 급락했다는 소식은 어김없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차피 내부적으로 모멘텀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해외 변수들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 위안 아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굵직한 이벤트들이 차례대로 대기하고 있어 만만치 않아 보이는 3월 증시가 급락세로 출발한다는 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3일 굿모닝신한증권은 "코스피 지수가 2월 한달간 5.4% 상승하며 월간 기준으로 넉달만에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기술적 성격이 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 동안 지수가 20% 넘게 하락하는 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낙폭 과대주들을 중심으로 한 반등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증권사는 신용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의 부담 속에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어 국내 증시도 쉽사리 방향성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최근 반등으로 지수가 1700선을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래쪽의 지지력이 충분히 검정받았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추격매수는 자제하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대신증권은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엔화 환율이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증시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후 캐리 트레이드가 위축되거나 청산되면서 자국 통화 대비 엔화 환율이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 성향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3월 중에도 미국과 유럽 등의 금리인하와 선진국의 경기둔화 심화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달러나 유로, 원화의 약세 요인이 엔화 약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전망.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 증가와 일본과의 금리차이 축소 등으로 엔화의 상대적 강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산발적으로 투자자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조정이 긴 안목으로 보면 추세 회복의 통과 의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졌고 비용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는 점에서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해줄 것이며, 경기 부진은 주가에 선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썸머랠리의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낮은 각도를 수반하는 바닥권의 상승은 아직 투자심리가 강하지 않다는 방증이며, 따라서 악재 돌출시 재하락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일시 조정은 추세 복귀를 위한 진통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시장의 큰 흐름은 핵심 변수들의 대립이 지속되며 오락가락하겠지만 주요 변수들의 향후 진행 경로는 한결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중한 낙관론의 입장에서 시장에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 증시의 하락 원인이 예상치 못한 변수는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 흐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경기지표 부진에 대한 확인 과정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2월 국내 수출경기 호조 지속에 따른 긍정적 영향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월 초반 지수 조정을 3월 시장 전반의 흐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

시장을 급습한 추위가 일시적인 꽃샘추위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