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광고시장 10년만에 재진출
5월께 가칭 'SK마케팅 컴퍼티' 설립...광고업계 '촉각'

SK그룹이 5월께 설립할 예정인 'SK마케팅컴퍼니'(SKMC.가칭)를 통해 사실상 광고사업에 진출한다.

SKMC가 광고기획 사업을 진행하고 향후 광고제작까지 뛰어드는 방식이다.

SK가 인하우스(in-house) 방식의 광고사업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외국계 광고회사 위주의 국내 광고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SKMC,통합마케팅 회사로

2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당초 SK에너지의 OK캐쉬백 회원들과 SK텔레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하기로 한 SKMC에 광고기획 업무를 추가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광고사의 기능은 광고기획인 미디어 부문(매출의 80%)과 제작 부문(매출의 20%)으로 나뉜다.

SK가 이번에 SKMC에 광고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기획 업무를 추가하면서 마케팅과 광고를 아우르는 통합 마케팅회사(IMC)를 설립한다는 얘기다.

일단 SKMC의 규모는 SK에너지가 OK캐쉬백 사업부 등을 현물 출자하고 SK텔레콤이 현금을 보태 자본금이 5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MC의 설립 태스크포스(TF) 규모는 80여명이며 연말께는 인원이 200~300명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MC는 우선 SK 관계사들의 광고 물량을 받아 광고기획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SK에너지,SK텔레콤 등 관계사 광고를 외부 광고회사에 맡기지 않고 내부에서 소화해 그룹 차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SKMC는 향후 중.장기적으로 광고제작 업무까지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로써 주요 그룹사들은 대부분 인하우스 방식의 광고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현재 삼성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각각 제일기획과 이노션을 통해 그룹 광고를 몰아주고 있다.

지난해 말 LG가(家)의 일원인 구본천 LG벤처투자 부사장도 광고사인 '엘베스트'를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인하우스 방식의 광고사는 광고주인 모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광고대행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고업계 지각변동…'제2의 이노션' 등장

SK는 1998년 자회사인 태광멀티애드를 다국적 기업인 TBWA사에 넘기면서 광고시장에서 손을 뗐다가,10년 만에 다시 광고시장에 복귀하게 됐다.

당연히 광고업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는 기존 TBWA 등이 맡고 있는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의 광고 물량을 점차 SKMC로 옮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연간 광고비 1200억원) 등 주요 관계사들의 광고비는 연간 2000억원대 안팎이다.

SKMC가 광고업계에 미칠 파장은 이노션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노션은 설립 첫해인 2005년에 광고사 총 취급액 기준으로 9위를 기록한 데 이어,2006년 금강기획 대홍기획 등 선발업체를 따돌리고 3위로 뛰어올랐다.

이노션이 연간 2000억원이 넘는 현대.기아차의 광고를 싹쓸이한 데다,범(汎) 현대가와 신한은행 등 굵직한 광고 물량까지 한꺼번에 소화했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노션의 사례를 미뤄볼 때 SK 역시 그룹 관계사의 광고 물량 대부분을 SKMC에 몰아줄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광고시장은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수/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