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 특검'에 출두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서 장차 삼성을 이어받을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까지 이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모두 물려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회장으로부터 '대권'을 이어받을 외아들일 뿐 아니라 이미 그룹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에 해당하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확보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기본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이며 이 전무는 에버랜드의 주식 25.1%를 보유하고 있다.

이 전무는 오래 전부터 이 회장의 후계자로 점쳐져 왔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그룹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경영수업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

이 전무는 68년생으로 올해 만 40세이며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대학원 경영관리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학업을 마친 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으며 지난해초 글로벌고객총괄책임자(CCO, 전무)로 승진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CCO로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에 해당하는 세계 유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및 협력관계 유지, 글로벌 업계의 동향 파악과 장기 비전 수립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재벌 2, 3세들이 빠르면 20대 후반, 보통 30대 중반부터는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전무는 경영수업 기간이 길다는 것이 중론이다.

후계자에게 엄격한 경영수업을 시키는 것이 삼성가의 전통이기도 하지만 이 전무의 경영참여 지연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 논란 때문이기도 하다는 관측도 있다.

불법,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전무가 삼성의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무는 불법 경영권 승계로 오랫동안 국민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에버랜드 CB 배정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으며 'e삼성 사건' 등 시민단체나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4건의 고소.고발사건에서 피고발인이거나 핵심 참고인이다.

이 전무는 1995년 이 회장으로부터 60억원을 증여받아 이중 16억원을 증여세로 내고 44억원으로 비상장사였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했으며 두 회사가 상장한 뒤 주식을 팔아 560억원을 마련했다.

이 전무는 삼성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 돈으로 에버랜드 CB를 헐값 배정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과정의 불법성이 인정돼 삼성측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e삼성 사건은 이 전무가 2000년 e삼성과 시큐아이닷컴 등의 최대주주로서 인터넷 벤처기업 14개를 실질적으로 총괄 운영했다가 e삼성이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부실화하자 삼성 계열사들이 이 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여 손실을 감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 전무의 부인은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딸 세령씨다.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