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있으면 감각이 떨어진다. 부처 보고는 현장에서…."

"대통령 간다고 페인트 칠하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 후 처음으로 가진 27일 수석비서관 회의는 '이명박 코드'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현장''실용''경제' 등의 단어가 어김없이 대통령 발언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우선 회의장 분위기부터 실용의 원칙을 '충실히' 따랐다. "수석은 서열이 없다"는 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참석자들은 지정석 없이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다.

회의는 당초 오전 7시3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긴급회동을 갖는 바람에 9시17분께로 늦춰졌고,1시간30분가량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류우익 대통령 실장은 '실용 개혁'이란 이름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류 실장은 "사관학교 졸업 등 군 관련 행사 때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이유로 가건물을 세우거나,단을 만들거나,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하지 말라. 실용 개혁 정신에 맞지 않는다. 있는 시설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류 실장은 이어 "내일 학군사관학교(ROTC) 졸업식이 있지만 간소한 행사가 되도록 통보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류 실장은 특히 "군 관련 행사나 졸업식 단상에 귀빈들이 앉아 주인처럼 행세하기보다는 주인공인 생도와 학부모들이 가까이 앉고 외부인사들은 연단 아래에서 축하하는 행사가 되도록 하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의전도 실용주의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대폭 인상된 '라면 값'을 예로 들며 '서민경제 살리기'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청와대가 아닌 '현장'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예를 들어 "지식경제부 같은 경우는 중소기업과 관련된 현장에 나가서 받든지…"라고 지침을 내렸다.

그 이유로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만 있으면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석 비서관을 비롯한 비서진들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음식점이나 가게를 찾아 '대통령이 찾은 가게라서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며 "다만 과중한 경호로 번거로운 행사가 되면 안되니 간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