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넘겼지만, 증시는 이제 호재에도 무덤덤한 모습이다.

지수는 전날 모노라인 호재에 따른 미국 증시 상승에도 초반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제자리걸음을 하더니, 27일에도 장 초반 반짝하더니 또 상승폭을 슬슬 내 주고 있다.

외국인이 전날에 이어 이틀째 매수에 나서면서 프로그램에만 의존하던 장세에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는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여전히 지수 등락은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여기다 철저히 박스권 매매에 임하고 있는 개인과 기관이 1700선 위에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신권의 경우 순수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잔액 순증액이 지난 22일까지 2월 한달간 2조3000억원 가량으로 1월(11조4000여억원)에 비해 급감하는 등 매수 여력이 줄었다.

특히 코스피가 1700P선 회복한 이후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주춤하면서 기관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가 1700P대를 넘어서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일부 환매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투신권의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라며 "뚜렷한 매수 주체가 부각되지 못한 채 수급 측면에서도 혼조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민성 부국증권 연구원은 "기관의 경우 만일의 상황에 따른 펀드 환매 요구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방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프로그램 매매 중심의 소극적인 매매로 일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문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태여서 당분간 활발한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최근 지수 급락과 국내외 경제 침체 우려로 인해 반등시 오히려 환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매매 주체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지수의 연속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미 증시의 등락에만 의존하는 장세에서 지수는 언제든지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

현정환 유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추세 반전을 위해서 기다려야 하는 신호들이 너무 많은 것이 지금의 가장 큰 악재"라고 분석했다.

지수가 호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서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둔화되고, 매수주체가 없는 장세가 지속되면서 다시 지수 반등폭이 제한되거나 하락하는 악순환이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