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의 전셋값이 오를 이유가 없다"는 보도 자료를 냈다.올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전셋값 상승은 기우라는 주장이다.

언론은 물론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조차 특히 서울 강북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이미 오르고 있어 전세 시장이 불안하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는 것과는 동떨어진 주장이다.

건교부의 낙관론은 입주 물량에 근거를 두고 있다.건교부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의 올 입주 예정 아파트는 14만7000가구로 작년보다 13% 많다.

서울만 해도 작년 3만7000가구에서 올해는 5만4000가구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입주 물량이 전셋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교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 보면 사정이 다르다.서울만 해도 입주 물량은 대부분 강남권에 몰려 있다.이 때문에 강남권 입주 물량은 작년보다 1만6000가구나 많지만 강북권은 겨우 4000가구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동탄ㆍ김포신도시 등 전셋값이 비교적 싼 지역의 입주 물량도 많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강북 거주자들 가운데 거리가 결코 가깝지 않은 이들 지역으로 이사 가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강북 곳곳의 재개발 사업과 교육정책 변화에 따라 이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부동산정책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로 일단 소형 주택에라도 전세를 살면서 더 좋은 조건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이 같은 시장의 물밑 흐름이 건교부 분석 자료에서는 어디에도 언급조차 없다.

건교부는 전셋값이 폭등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2006년 가을에도 "이사철과 결혼 시즌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해 일부 지역 전셋값이 오르고 있지만,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과거 20년간의 평균 상승률을 하회한다"는 비현실적인 분석을 내놓아 눈총을 받았었다.

건교부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것처럼 직접 현장에 가서 현실을 확인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