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규제개혁 없는 기업투자 활성화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규제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규제 건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식 등을 채택한 '김대중 정부' 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어떤 규제가 있는지 파악한 뒤 불필요한 것들을 걸러내고,남는 것은 '룰 북(rule book)'에 담는 과정을 '전략적 규제개혁방안'에 명시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인수위 최종보고서 및 백서에 들어있는 것으로 규제 개혁부문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와 마스터플랜으로 볼 수 있다.

◆규제 절차의 매뉴얼화

전략적 규제 개혁 방안의 최종 목표는 불필요한 규제를 최대한 없앤 뒤 남는 규제를 완전히 '매뉴얼화(化)'하는 것이다.규제가 존재하는 이유와 함께 적용 대상 및 방식 등을 '룰 북'에 담아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담당자의 자의적인 해석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규제를 솎아 내는 과정은 우선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로부터 시작된다.이를 위해 정부는 각 부처에 '규제개혁 전담 심의관'을 두기로 했다.직제 개편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규제개혁심의관실에 배치해 자기 부처가 집행하고 있는 규제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분석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전수 조사가 끝나면 각각의 규제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존재해야 하는 필요성을 입증토록 할 계획이다.만약 규제 담당자가 해당 규제를 남겨야 할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즉각 폐지하거나 일몰법(sunset law)으로 분류해 유예 기간이 지나면 없어지도록 강제한다.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규제를 많이 찾아내 없앤 심의관실 소속 공무원은 다음 인사 때 관련 보직에 최우선적으로 복귀시킨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정부는 행정규제기본법을 전면 개정해 법률에 근거가 없는 상태로 시행령 시행규칙 예규 등에 흩어져 있는 규제들을 다시 한번 걸러내기로 했다.규제 담당자가 필요성을 입증해냈다고 하더라도 '규제법률주의'에 따라 국회의 심의를 받아 반드시 법률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로베이스'에서 규제를 재검토하는 효과를 낸다는 판단이다.

◆친기업 환경 조성

정부는 또 투자에 친화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투자활성화 과제를 적극 발굴해 집행한다는 방침이다.우선 현행 5000만원인 주식회사 최저자본금 제도를 폐지해 소기업 창업을 쉽게 할 계획이다.이를 포함한 창업 절차 간소화 종합대책을 수립,창업에 걸리는 단계와 비용 순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에 진입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느닷없이 의원입법으로 만들어내는 기업 규제로 예측 가능성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상설 규제심의기구를 두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키로 했다.아울러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기업환경 국가경쟁력 평가에 대비하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도 만든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