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3'는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로 불리는 랜드로버의 역작이다.1989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3세대 모델까지 등장했다.국내에선 2005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디스커버리3는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로 구분된다.이 중 작년에 출시된 V6 페트롤(가솔린 모델)을 시승했다.

◆디자인

위압적인 외양이 인상적이었다.종전 모델의 패밀리카 컨셉트를 계승했다는 점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특히 뒷자리의 선루프(알파인 루프)가 눈에 띄었다.이 투명한 지붕을 통해 창공을 바라볼 수 있고 햇살이 따가우면 선블라인드를 닫으면 그만이다.글래스 패널이 햇빛과 열을 대부분 반사시키기 때문에 쾌적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다.

실내는 어른 7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다.2열과 3열 등 뒷 좌석이 앞 좌석보다 조금씩 높게 설계돼 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이른바 스타디움식 좌석 배치다.

2열 및 3열 좌석의 경우 완전히 접을 수 있어 넓은 수납공간이나 침대로 활용 가능하다.산악 자전거나 롤러 블레이드,여행용 가방 등을 모두 실을 수 있다.중간 열의 가운데 좌석을 접으면 간이 테이블로 이용할 수 있다.

운전석 옆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도 일반 차량에는 없는 장치다.숲길 잔디밭 진흙탕뿐만 아니라 깊은 바퀴 자국이 나있는 길 등 노면 상태에 맞춰 엔진과 변속기,서스펜션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성능

디스커버리3의 진짜 실력은 험한 산길이나 악천후 기상 상태에서 발휘된다.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있는 보조 장치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차체 높이와 엔진 토크의 반응,경사로 제어,트랜스미션 등을 제어할 수 있다.일반 도로뿐만 아니라 눈길이나 빙판길,자갈밭 등 미끄러지기 쉬운 지형,진흙ㆍ모래ㆍ바위길과 같은 거친 노면에서도 안전한 주행이 가능한 비결이다.

최대출력 217마력(4500rpm)과 최대토크 35.8Kgㆍm(3000rpm)의 힘도 디스커버리3의 자랑이다.4.0ℓ 6기통 가솔린 엔진에 수동 변속과 스포츠 모드를 모두 지원하는 '커맨드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고속도로와 같은 편안한 주행길에서도 디스커버리3의 성능은 유감없이 드러났다.차체높이 조절 시스템 덕분에 승차감이 고급 세단 못지 않았다.SUV의 단점으로 꼽히는 코너링에서도 기울어지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도로 접지력을 높여주는 '다이내믹 안정제어 장치' 덕분이다.

내리막길 제어장치가 있어 경사면에서 저단으로 변속한 다음 스위치만 누르니 별도 조작없이 ABS(잠김방지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됐다.승ㆍ하차나 화물 적재가 편리하도록 지상고를 50mm 낮추거나 125mm 높일 수 있는 점도 디스커버리3만의 매력이다.

내비게이션도 돋보였다.원하는 목적지를 빠르게 찾을 뿐만 아니라 이미 지나왔던 길을 역추적해 정확하게 안내해줬다.위성 DMB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든 고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장시간 운전자를 위한 보조장치.자동 변속기를 'D' 드라이브에 넣고 출발하자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해제됐다.차량 정체가 심할 때 유용했다.

◆가격

디스커버리3(가솔린 모델)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610만원이다.2.7ℓ 터보차저 V6 디젤엔진 모델(8990만원)보다 1380만원 저렴하다.프리미엄급 대형 SUV란 점을 감안할 경우 비교적 적정한 가격이란 평가다.다만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다보니 연비가 ℓ당 5.9㎞로 낮은 편이다.연료 소비가 많다고 해서 '가스 거즐러(Gas-guzzler)'로 불리는 이유다.차체가 크고 무거운 탓이다.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보조 장치들이 워낙 많아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디스커버리3는 오프로드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한 모델임이 틀림없다.매달 평균 30대 이상 팔리는 랜드로버의 '효자' 차량이란 점이 이를 증명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