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들이 들려주는 강남 아줌마 따라잡기] (24) 인맥은 돈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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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지역 중심 재테크 정보 모임 유행
가만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귀인' 찾아 나서
"잘 만든 네트워크 代물린다" 2세 모임도 증가
작년 말 대통령선거 이후 이명박 당선인을 둘러싼 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그의 '인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6600여개 조직의 수장(首長)을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아닌가.
이명박 당선인을 포함해 박근혜·정동영씨 등 당시 대통령 후보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었던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엔 선거 후 자기에게 돌아올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았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인맥=권력'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는 셈인데,돈도 그렇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거부(巨富)가 된 강남 아줌마들의 재테크 성공 요인을 가만히 살펴보면,사람 잘 만나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나이 40될 때까지 예ㆍ적금 이외에 다른 재테크 방식은 전혀 모르고 살다가 지금은 수십억원대 부동산 부자가 된 가정주부 A씨(51)가 이런 사례에 속한다.
20대 후반에 결혼해 애 낳고 살다가 30대 후반이 돼서야 가까스로 내집마련에 성공한 A씨는 아이들이 학교 다닐 나이가 되고 난 후 집안에서 허송세월하는 게 아쉬워 동네 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에어로빅 강좌를 나가게 됐다.
생전 처음보는 동네 아줌마들과 서먹서먹하게 같이 운동하기를 1주일.그러다가 운동이 끝나고 나서 우연히 끼게 된 '운동 후 모임'이 A씨의 인생을 바꿔놨다.
"워낙 쑥스러움을 많이 타 그런 자리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차나 한잔 하고 가라'는 에어로빅 모임 멤버들의 권유로 끼게 됐어요.
그런데 이게 왠 걸.그 자리가 '알짜'였던 거예요.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라 다양한 재테크 정보들을 공유하는 모임이었죠."
이 동네 최대 마당발이던 동네 부녀회장이 주도하는 이 모임은 마침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B씨와 공무원 남편을 둔 C씨 등 환상의 멤버로 구성돼 있었다.
"2000년을 전후로 해서 부동산에 자금이 몰려들기 직전에 송파구 가락시영 재건축 아파트 매매를 시작으로 부동산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어요.첫 투자는 어려웠는데,에어로빅 멤버들의 권유로 발을 담근 이후 지금은 투자에 꽤 노하우가 쌓인 것 같아요."
일반인 가운데는 '좋은 사람을 만나 부자가 된 사람들은 순전히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 이 얘기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일선 프라이빗 뱅커(PB) 입장에서는 별로 맞는 소리 같지 않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 사람에게 귀인(貴人)이 찾아올리는 만무하다.본연의 노력 여하에 따라 좋은 인연이 생길지 여부가 결정된다.
수십억원대 부동산 자산가인 50대 고등학교 교사 K씨.2000년대 초반 부동산 투자열풍이 불어닥칠 시기에 친구들의 투자 성공담에 자극을 받아 백화점 문화센터 강좌나 경매강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이론적인 무장을 단단히 했다.
그러나 막상 실전투자에 나서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실제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고 싶었지만,도덕성이 생명인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적극적으로 투자조언을 받기가 망설여졌던 것.
결국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늘려야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기축구 모임을 매일 아침 나가기 시작한 K씨는 모임의 범위를 인터넷 부동산 투자동호회 모임 등으로 확장하면서 세무사 부동산중개업자 등을 만나 부동산 재테크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
PB고객들 가운데는 K씨와 같이 후천적인 노력으로 인맥의 범위를 넓혀간 경우도 있고 남편이나 본인의 지위가 높아 자연스럽게 폭넓은 인맥이 형성된 사람도 있다.
어쨌든 공통적인건 인적 네트워크의 범위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는 점이다.
강남 아줌마들의 다양한 인맥은 연말이 되면 그 진가가 드러난다.
통상 한달반에서 두달 전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연말 모임은 하루에도 2∼3번씩 연일 계속된다.
심지어 '아파트 같은 동 같은 열에 사는 사람들 모임'까지 결성해 모임을 갖는 고객까지 본 적이 있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이 같은 모임은 대(代)를 이어 계속되는 경우도 많다.
시중은행들 가운데는 PB고객 자녀들을 불러모아 맞선을 주선하고 유명인들을 불러 강연을 듣게 하는 등 2세모임을 운영하는 곳들이 많이 있다.
자산가들끼리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해주고 은행으로서는 대를 이어 자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인 셈인다.
고객의 부(富)를 증대시키는 데 도움도 주고 자사 경영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이런 경우를 일석이조라고 하는 게 딱 맞겠다.
최철민 미래에셋증권 서초로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