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오는 25일 격동의 한 시대를 마무리 짓고 `권좌'에서 내려와 `야인'으로 돌아간다.

임기 종료 사흘을 앞두고 노 대통령은 사실상 공식 일정 등을 마무리하고, 청와대는 새로 입주할 새로운 사람들을 위해 짐을 싸고, 새 단장을 하느라 분주한 표정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이자 휴일인 24일 오후 매주 국무회의를 열었던 청와대 본관 세종실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 참여정부 현직 국무위원들을 불러 간담회를 갖는다.

30여분간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해온 소회를 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청와대 영빈관에서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 230여 명을 초청해 이임환송 만찬을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행사가 될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공식적인 고별사를 할 예정이다.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도 퇴임을 앞두고 시내 호텔에서 3부 주요 인사와 헌법기관 및 정당대표 등 4백여 명을 초청해 이임 환송 만찬을 가진 바 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이어 지난 5년간 정들었던 청와대 관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뒤 25일 아침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李明博)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곧바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퇴임 후 머물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향한다.

노 대통령의 귀향길에는 참여정부 내각과 청와대 전.현직 정무직 및 비서관, 노 대통령의 동문과 지인 대표 등 160여 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KTX 시발역과 종착역인 서울역과 밀양역에서 환송, 환영식이 개최된다.

서울역 환송식에는 재경 부산상고 동문회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조선족 교회 신도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밀양역에서는 밀양시 주최 환영식이 열린다.

밀양역에서 차량편으로 봉하마을로 이동한 노 대통령은 귀향환영추진위가 개최하는 고향 환영식에 참석, 간단한 인사말로 `퇴임 신고'를 한다.

이 행사를 끝으로 노 대통령은 봉하마을 사저로 입주, 퇴임 후 고향에서 생활하는 첫 대통령으로 새 생활을 시작한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내외가 관저에서 새 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관저 새 단장을 위해 22일부터 이틀 동안 청와대를 비워주기로 하고 외부에서 머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부터 이명박 당선인의 이삿짐이 관저로 들어오게 되며, 관저 도배 수리도 이뤄진다.

청와대 비서실도 새 정부의 새로운 청와대 직제에 따른 사무실 공간 재편이 필요해 비서동인 여민관의 공사를 위해 21일까지 모든 짐을 다 꾸린 상태다.

짐은 다 싸둔 상태이지만, 비서실 근무는 24일까지 차질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년간 노 대통령의 생각과 신념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던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 브리핑'도 24일 오후 6시에 폐쇄된다.

청와대 브리핑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일정한 작업을 거쳐 일반국민이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도록 재공개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25일부터 취임 직후 폐쇄했던 개인 홈페이지를 `사람사는 세상'(www.knowhow.or.kr)이란 이름으로 재개통, 국민에게 자신의 근황을 전할 방침이다.

이 홈페이지는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99년 8월15일 만들어져 취임 직전인 인수위 당시까지 운영됐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는 노 대통령이 걸어온 길과 주요발언, 각종문서, 사진, 동영상 자료가 정리될 예정이며, 이후 관련 일정과 소식도 충실이 알려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의 퇴임 이후 활동 방향을 놓고 참모들 사이에는 재단, 연구소 설립, 출판 활동 등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러 논의가 있지만 아직 결정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향은 아무리 빨라도 4.9 총선이 지난 후에야 가닥이 잡힐 것 같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