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들의 경영이 방만하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정부 예산을 쓰는 전국 80개 공사.공단의 예산 집행 실태를 조사해 적자가 쌓인 채 방치돼 있는 사업 등을 21일 발표했다.적자를 흑자로 속여 배당금을 나눠 갖거나 인사 청탁 때문에 자격 없는 사람을 쓴 경우도 있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지자체가 불필요한 사업에 뛰어든 후 실제 경영은 내팽개친 경우다.경기지방공사가 은행에서 81억원을 빌려 2004년 만든 수원 팔달문 주차장은 2006년 말까지 3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이용자가 거의 없어 애당초 만들지 않거나 민간에 맡길 사업이었다.서울메트로에서는 지하철역 매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 연간 172억여원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데도 노조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손을 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은 임직원 복리후생에는 후하다.서울메트로 등 6개 지방공기업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유급휴가와 별도로 특별휴가제도를 운영하면서 연월차 휴가수당 833억여원을 추가로 지급했다.인천광역시지하철공사 등 7개 지방공기업은 누진제를 적용,지난 4년간 퇴직금 1706억여원을 과다 지급했다.장흥표고유통공사는 적자 상태(2005년 말 1억3700만원 적자)에서도 매년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결산해 1997년부터 2005년까지 2억2600만원을 배당했다.

인사에서 청탁과 내부 비리도 적발됐다.광주광역시 환경시설관리공단은 인사 청탁을 받아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채용했고 광주광역시 도시공사는 공사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입주 순서를 조작해 직원들에게 23가구를 부당하게 배정했다.

공사와 공단은 1999년까지 행정자치부가 관리했으나 이후 지자체장이 설립도 하고 사장도 임명할 수 있게 됐다.그 부작용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감사를 받은 곳을 포함,전국에 있는 공사와 공단 100개가 쓰는 정부 예산은 2006년 기준으로 16조원이 넘는다.지방 재정의 16% 수준이다.그러나 경영 실적은 형편없다.2005년 100개사가 총 4336억원의 적자를 냈다.특히 5개 지하철공사가 5337억원의 적자를 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감사원은 10명을 징계하고 3명에 대해선 수사를 요청했다.감사원은 각 지자체에 불필요한 공기업 출자 지분을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