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성적표가 나왔다.

외형과 수익이 모두 늘었지만 대체로 수익 증가율이 외형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했다.증권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을 줄이기 위해 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순이자마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다만 적극적으로 연체를 관리한 덕에 건전성은 상당 폭 개선됐다.

◆외형경쟁 치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32조원으로 여전히 1위였다.1년간 10%가량(21조원) 늘렸다.하지만 이 같은 국민은행의 외형확대 속도는 2위인 우리은행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우리은행은 17.1%(32조원)를 늘린 219조원으로 국민은행 턱밑까지 쫓아왔다.

1위와 2위의 격차는 2006년 말 25조원 수준에서 이제 13조원으로 줄었다.3위인 신한은행도 17.7%(31조원)를 늘린 208조원으로 따라붙어 올해 치열한 수위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금융그룹 전체로는 우리금융그룹이 287조원으로 신한금융그룹 275조원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4위권의 외형 다툼도 볼만하다.지난해 하나은행이 총자산을 4.8% 늘리는 데 그친 반면 기업은행은 17.1%나 늘렸다.각각 130조원과 124조원으로 차이가 10조원 이내로 좁혀졌다.외환은행은 외형을 20.8%나 확대하면서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증가율로는 1위다.올해가 지나면 자산 100조원 이상 은행이 국내에 6개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수익성도 각축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부문에선 신한은행이 1등이었다.신한은행의 ROE는 18.90%로 2006년보다 0.34%포인트 높아졌다.

2006년엔 기업은행이 1위였지만 1.32%포인트 하락하면서 1위를 내줬다.국민은행도 ROE를 0.57%포인트 개선하면서 18%대로 올라서 3위에 랭크됐다.우리 하나 외환 등의 ROE는 14%대로 격차가 컸다.

신한은행은 수익 성장성 측면에서도 1위였다.지난해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26.1%로 다른 은행들을 압도했다.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두 자릿수를 지켰으며 우리은행은 한 자릿수대,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뒷걸음질쳤다.

자산의 효율성 활용 측면에선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두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1.32%와 1.27%로 집계됐다.특히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율(NIM)은 3.45%로 우리은행(2.45%)과 신한은행(2.26%)을 압도했다.외형을 크게 늘린 우리은행의 ROA는 1.00%로 최저 수준이었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에선 0.5%로 나타난 기업은행이 건전성 관리를 가장 잘한 것으로 드러났다.하지만 우리 외환 국민 등도 0.5%대 후반으로 연체율을 낮추는 데 성공,격차는 크지 않았다.

◆외국인 고배당 잔치는 여전

올해 국내 은행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지난해 2조원대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막대한 현금이 외국인에게 돌아가게 됐다.은행별로 봤을 때 국민은행의 외국인 주주가 받게 될 배당금은 6702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은 3644억원을 외국인에게 지급한다.이 가운데 지분 51%를 갖고 있는 론스타는 2007년과 올해 배당을 합쳐 2년 동안 약 6500억원을 챙기게 된다.한국씨티은행도 모기업인 씨티그룹에 지난해에 이어 900억원대 배당을 안겨준다.

작년과 같은 주당 900원을 배당하는 신한금융의 경우 외국인 배당이 2000억원 규모지만 재일교포 지분(약 20%)까지 포함하면 해외로 송금되는 금액이 2700억원을 웃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외국인 배당금은 각각 1258억원과 657억원이다.지난해 말 기준 은행별 외국인 지분율로 보면 △한국씨티 99.9% △국민 81.3% △외환 80.7% △신한금융 58.1% △하나금융 75.1% △우리금융 13.6% △기업 22.8% 등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