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혁은 천천히 하는 게 아니라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해치워야 한다."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전 총무상(게이오대 교수)은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08' 둘째날인 14일 특별강연 및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 정부 구조 개혁의 경험'을 설명한 뒤 "한국의 새 정부도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고이즈미 정권에서 경제재정상(장관)을 시작으로 금융상,우정민영화담당상,총무상 등을 거치며 개혁을 진두지휘했으며 7년 전 우정성 민영화,공무원 수 감축,규제 혁파 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개혁엔 속도가 생명


다케나카 교수의 키워드는 '개혁 속도론'이었다.그는 "정부 조직을 통ㆍ폐합하거나 일부 개편하는 등의 개혁 작업은 서서히 바꿔나가는 것보다 한꺼번에 바꾸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한국은 5년 단임 형태의 대통령제를 유지하고 있어 변화의 시작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구조의 개혁을 위해서는 빠른 결단과 집행이 필요하며 정책의 수정도 조속히 맞물려야 한다"고 덧붙였다.새 출범을 앞둔 이명박 정부 역시 빨리 정부 조직 개편을 마무리짓고 향후 정책적인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케나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부처 통ㆍ폐합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명박 당선인은 실물경제에 경험이 많고 작은 정부를 운영할 잠재력을 지닌 인물로 알고 있다"며 "부처 통ㆍ폐합도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특히 강력한 정부 구조 개혁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반발을 막아내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혁을 시작하면 반대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그들은 개혁으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반발의 강도가 높다"면서 "고이즈미 총리 시절 일본 정부도 우정성 민영화를 주도하기 위해 전투적인 노조의 반발을 무마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무원들의 반발은 어차피 예상되는 일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게 포인트"라며 "이를 위해 국민들을 상대로 언론을 통해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영화,정부는 그림만 그려야


다케나카 교수는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원칙으로도 정부 간섭의 최소화를 꼽았다.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는 '큰 그림'만 그려야 한다는 것.

그는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을 추진할 때 기본 정책과 방향만 세우고 민영화된 기업을 맡은 최고경영자(CEO)에게 나머지 과정을 책임지게 해야 효율적인 민영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작은 정부를 만든다는 말은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민간에 맡긴다'는 뜻과 같다는 얘기다.그는 "우정성의 우편 사업,우체국 보험이나 저축은 모두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우정성 민영화를 추진했다"며 "원칙을 세운 후에는 모든 과정을 민간 부문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대신 정부가 감세 정책을 통해 민간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특히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혜택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경쟁력 확대와 직결된다는 지적이다.

◆리더의 열정이 개혁 성패 가른다

다케나카 교수는 특별강연과 인터뷰 내내 정부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리더의 열정 △정책의 전개 순서 △전략적인 아젠다 설정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 과정에서는 수동적인 반응적 개혁과 능동적인 전향적 개혁이 잘 조화돼야 한다"며 "이는 전략적인 아젠다를 설정하고 정책을 순서에 맞게 전개해야 과거의 관행을 깨고 기득권의 반발을 타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특히 '리더의 열정'은 개혁의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정성 민영화 당시 민영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개정안을 요구하는 세력이 있었다"면서 "고이즈미 총리는 당시 반대 세력들에게 개정안을 요구하려면 차라리 의회에서 원안을 부결하라고 맞서 결국 우정성 민영화를 이뤄냈다"고 회고했다.

옳은 정책은 타협 없이 무조건 추진한다는 리더의 열정이 개혁을 성공시켰다는 얘기다.

다케나카 교수는 "'7% 성장'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놓은 이명박 정부 역시 리더의 열정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대통령의 열정과 함께 신뢰와 지지가 확보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