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UEP 신고할 가능성 적어 `난망'

북핵 6자회담이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 가능성이 흘러나와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라이스 장관이 오는 25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튿날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 필 오케스트라 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는 게 `방북 시나리오'로, 지난달 말부터 한.미 외교가에서 가능성 차원에서 거론돼 왔다.

지난 12일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미 외교 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의 동선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라이스 장관의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순방을 준비하기 위해 오는 19일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설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라이스 장관은 작년 말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상정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이 같은 입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필 공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참석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2000년 10월 방북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아리랑'의 전신인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관람한 것과 비슷한 `이벤트'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등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깨끗하게 해소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분위기만 놓고보자면 현실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통한 소식통은 "뉴욕필 공연과 때맞춰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 가능성은 1% 정도"라며 "북측이 UEP를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라이스 장관이 방북할텐데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핵 프로그램 신고와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가 될 `북한 보유 핵물질의 해외반출'이 매우 어려운 과제라면서 "2.13합의의 실효성은 불능화까지가 아닌 가 생각된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라이스 장관의 방북 가능설에 대해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물론 라이스 장관이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놓고 북한과 담판하기 위해 방북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의 후폭풍을 감안하면 섣불리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라이스 장관 대신 힐 차관보가 뉴욕 필 공연과 함께 방북할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