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08'.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 행사는 전시회와 컨퍼런스로 구성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다.이번 행사의 최대 이슈는 휴대폰 등으로 이용하는 인터넷,즉 '모바일 인터넷'이었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 실현에 필요한 '모바일 소프트웨어'가 주목을 받았다.액세스,에스머텍,애플릭스 등 전시회에 참가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수백 개에 달했다.휴대폰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사용자환경(UI) 솔루션,운용체계(OS),브라우저,콘텐츠 등 출품한 전시물도 예년에 비해 훨씬 다양했다.하지만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은 다섯 손가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삼성,LG 등 세계 2,5위 휴대폰 제조사를 배출했고 세계 휴대폰의 4분의 1을 공급한다.하지만 휴대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관한한 거의 빵점이다.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조사와 통신사의 소프트웨어 용역 관행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외국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도 국산 소프트웨어는 용역 형태로 헐값에 조달하는 게 관행"이라면서 "5,6년 전만 해도 해외 업체로부터 높은 가격에 기업 인수 제의까지 받았던 유망 벤처기업들이 이제는 대부분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용역 관행은 단기적으로 대기업들의 구매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했을지 모른다.하지만 이제는 국내에 쓸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어 비싼 로열티를 주고 외국산을 갖다 쓸 수밖에 없게 됐다.당연히 휴대폰 한 대를 만들 때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소프트웨어 로열티도 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안승권 LG전자 본부장 등 휴대폰 산업을 이끄는 수장들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조영주 KTF 사장,정일재 LG텔레콤 사장 등 이동통신 3사 사장이 모두 참석했다.국산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현실'을 목격했다면 통신 생태계의 '건강'을 살피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통신 시장에서 '사자'만 너무 살찐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바르셀로나=김태훈 IT부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