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아름다운 동행'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갑'(甲)과 '을'(乙)의 종속적 계약관계에 있던 대기업ㆍ중소기업이 '상생(相生)경영'을 통해 글로벌 생존력을 높이고,동반성장의 발판을 다져가고 있는 것.특히 지난 수년간의 경영실험을 통해 윈윈(win-win)효과가 검증되면서,상생경영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상생협력 모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현금결제 등 자금운용에 숨통을 트여주는 선심성 지원 일색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인력재교육,경영노하우 전수 등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주요 대기업들도 중소협력업체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파트너로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상생경영에 앞장서고 있다.실제 30대 그룹의 상생협력 지원금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상생 프로그램도 다양해지는 양상이다.협력업체를 지원하는 전담팀이 신설되는가 하면 상생경영 실적이 담당 임직원의 인사 평가에까지 반영되기도 한다.상생협력 경영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는 대기업들 사이에 상생협력 문화가 얼마나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이 조사에 따르면 2007년 30대그룹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금액은 2조782억원으로 2006년에 비해 45.3%나 늘었다.특히 삼성 현대ㆍ기아차 SK LG를 비롯한 10대그룹의 지원 실적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1조7000억원에 달했다.이들 기업의 협력업체 지원금액은 2005년 이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획기적인 상생협력 모델을 내놓으면서 우수 프로그램들은 벤치마킹 대상이 돼 다른 기업들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삼성은 협력사에 대한 자금지원 규모에서 세계 주요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이건희 삼성 회장은 평소 "삼성이란 브랜드는 협력사들의 조력으로 커왔다"며 상생경영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2003년 12월 5년간 1조원가량을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협력회사 종합지원책'을 발표했다.2005년부터는 어음으로 지급했던 협력사 부품 구매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전환했다.자사 엔지니어는 물론 사내외 전문가를 파견,협력사의 내부혁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차 한 대 만드는 데 부품 2만여개가 필요한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은 상생경영 실적이 글로벌경쟁력을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이에따라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실적 등에서 타 그룹을 압도하고 있다.현대ㆍ기아차는 2006년 4월 협력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 15조원에 달하는 '통큰' 상생협력지원책을 발표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해외공장을 건설할 때 협력업체와 동반 진출,글로벌 상생경영을 도모하고 있다.실제 미국 중국 인도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등 현대ㆍ기아차 생산공장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협력업체들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LG는 협력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사이버 신문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또 거래은행과 연계해 '네트워크론' 등 협력업체의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SK는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생아카데미'를 개설했다.'경영관리자 과정'등 경영실무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온ㆍ오프라인으로 운영하는데,협력업체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포스코도 전방위적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2005년에 중소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상생협력팀을 신설했다.포스코는 특허상담센터를 통해 자사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협력사에 이전해 주는 기술지원 사업에 적극적이다.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 특허출원이 필요한 기술에 대해서는 출원 등록 및 권리유지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포스코가 부담한다.작년에는 7개 중소기업과 9건의 공동특허를 출원했다.

금호아시아나도 2006년 그룹 전략경영본부에 '상생경영팀'을 신설했다.동부그룹은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주고 협력사 직원 안전교육까지 맡는다.대우조선해양은 사내 기술교육원을 협력사 임직원들에게 개방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운영 중인 그룹이 2006년 15개그룹에서 2007년 19개그룹으로 늘었고 협력사에 대한 지원실적을 임직원 평가에 반영하는 곳도 15개 그룹에 달한다"며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대기업 내부에서 시스템적으로 정착되는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