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정면대치 양상을 보이면서 정국이 급격히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막판 대타협 여부가 주목되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손학규 통합민주당(가칭) 대표간의 접촉에서 특별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새 정부가 파행 출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13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면서 새 정부의 정상적 출범을 위한 구여권의 협조를 압박하고 나선 반면, 통합민주당(가칭)은 "여론몰이 정치공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당선인측은 막판 통합민주당에 대한 최대한의 설득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협상 결렬에 대비한 3가지 `비상 조각' 방안을 두고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측은 현재 ▲장관을 특정하지 않고 국무위원 15명을 임명하는 안과 ▲통폐합 부처 4개 장관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처 장관과 특임장관 등 15명을 임명하는 안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법무부 등 4∼5개 부처만 먼저 조각하는 순차조각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 시한이 임박해 오면서 이 당선인도 결단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일단 내일(14일)까지는 상황을 지켜본 뒤 어떤 선택을 할지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14일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른 측근은 "통합민주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 15일께 정국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세계 정치사에 정부 출범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협조하지 않는 사례는 없다"며 "정부가 출범해서 평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지, 출발과 출범도 못하게 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제1당, 다수당으로서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다시 한번 미래지향적이고 대승적인 차원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통합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에 기왓장 한 장이라도 놓지는 못할 망정 쪽박을 깨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는 발목잡기가 아니라 발목 부러뜨리기 같다"면서 "민주당의 이런 행보가 총선에 득이 된다고 판단하면 크나큰 오산"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저와 우리 당이 정략적, 정치적 접근을 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으나 이것이야 말로 정치공세"라며 "우리가 정부조직 개편에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발목잡는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신정부의 일방적 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이 당선인은 전날 손 대표와의 통화에서 "서로 대화로서 협의가 안되면 우리는 원안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으며, 손 대표는 "이것은 정부 골간에 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끌고 갈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