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탄 철광석 등 원자재 공급가격 협상을 하고 있는 철강업계와 광산업계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가격 인상폭을 미리 언론에 흘리거나 이례적으로 공시를 통해 '수출 불가'또는'수출 제한'을 선언하는 등 갖은 묘안을 동원하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기싸움'에서 밀리면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꼬이는 가격협상

세계 주요 철강업체와 광산업체는 작년 말부터 올해 공급분 원자재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예년엔 1월쯤 협상을 마무리한 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조정된 가격으로 1년 단위 장기계약을 맺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일부에서는 마지노선인 4월을 넘길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너무 올라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적정 가격선을 찾아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중에서도 특히 유연탄이 문제다.작년 1월 t당 90달러 선을 맴돌던 유연탄 현물거래 가격은 최근 들어 2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전 세계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주요 생산국인 호주와 중국에 홍수 폭설 등 천재지변까지 겹친 탓이다.

◆광산업체의 공세

이처럼 유연탄의 수급 상황이 꼬이자 광산업체와 철강업체 양측에서 치열한 공방이 시작됐다.포문은 호주의 최대 유연탄 공급업체인 BHP빌리톤이 열었다.이 회사는 지난달 말 '30일간 선적 불가'를 선언했다.

극심한 홍수 때문에 유연탄 공급이 어렵다는 것.계약 위반이라는 비난을 의식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이라는 계약서상의 단서 조항을 앞세웠다.

광산업체가 수출 제한에 나선다고 자발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BHP빌리톤의 발표는 '유연탄 공급 상황이 이만큼 어려우니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엄포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요 유연탄 수출국인 중국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중국 교통부는 최근 폭설로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자국 내 발전소에 유연탄을 우선 공급하고 수출은 당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속끓이는 철강업체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광산업체들의 유연탄 가격 인상 요구폭은 전년 대비 최고 100%에 달한다.철강업체로서는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일본 철강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감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광산업체가 원자재 가격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철강 생산량 자체를 줄이겠다는 맞대응이다.

철강업체들은 광산업체와의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의식해 '위기'라는 말도 입에 담지 않는다.물밑에서는 부족한 원자재 물량을 채워 넣느라 바쁘지만 대외적으로는 큰 문제 없다는 연막 전술까지 동원하고 있다.

철강업체 원자재구매 담당자는 "현재 수급 상황을 볼 때 어느 정도의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최대한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광산업체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