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내륙 운하 항구도시 위트레흐트(Utrecht).'라인의 다리'를 뜻하는 이 항구는 암스테르담항과 독일 라인강을 잇는 72㎞ 길이의 암스테르담-라인 운하의 마지막 관문이자 유럽 최대 무역항인 로테르담항을 통과한 선박들이 독일과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로 동진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곳이다.

늦은 오후에 찾은 위트레흐트 시내 컨테이너 하역장에는 대형 크레인이 800t급 컨테이너선에서 쉴새 없이 컨테이너를 내리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세계 각국의 유명 물류회사 로고가 선명히 박혀 있는 하역장의 컨테이너들은 해상ㆍ운하 수운 강국인 네덜란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활기찬 위트레흐트항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주요 서유럽 국가들은 내륙 운하를 화물 운송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총연장 6800㎞의 운하를 가진 네덜란드는 내륙 운하의 화물 운송 비중이 2005년 기준 30.6%로 유럽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과 벨기에도 전체 화물운송의 각각 13.9%,13.3%를 내륙 운하가 맡고 있다.

전체 운송에서 내륙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도로만큼 증가세를 보이진 않지만 운송 화물 절대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게 이들 유럽 국가의 판단이다.

실제 네덜란드의 경우 내륙운하를 이용한 화물 운송량은 1995년 2억8607만t에서 2005년 3억1764만t으로 11% 증가했다.

1953년 완공된 암스테르담-라인 운하의 경우 연간 5만척 이상의 배들이 이용하고 있다. 독일 역시 내륙 운하를 통한 운송량이 1997년 13억9700만t에서 2015년에는 19억5100만t으로 40%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르트무트 덴 전 독일연방수로국장은 "내륙 운하의 화물 운송 비중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을 운하의 경제성 저하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주요 유럽국가들의 운하 화물운송량 자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운하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운하 운송은 또 사고 발생이나 교통정체 등으로 운송시간이 불규칙한 도로 운송보다 운송시간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벨기에와 독일에도 진출한 네덜란드의 최대 의류ㆍ생활용품 백화점인 헤마(Hema)가 1990년대 말 로테르담항에서 물류 창고가 있는 위트레흐트까지 화물 운송수단을 도로에서 운하로 바꾼 것은 이런 장점 때문이다.

네덜란드 운하 컨설팅업체인 DHV의 댄 라이작 컨설턴트는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물류운송의 정확한 시간 예측 측면에선 운하가 도로보다 한 수 위"라며 "운하의 운송 속도가 도로에 비해 늦는 것은 사실이지만 1000t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 번에 트럭 50대분의 물량을 옮길 수 있어 그 같은 약점을 상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로널드 히어 네덜란드 IHE 대학 교수는 "네덜란드 전체 국민의 8%가 해운 및 운하 운송,항구 관리,운송기업 등 운하 연관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럽 운하는 내륙 도시들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 대륙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스트리아 린츠에 자리잡은 철강업체 알피네 슈탈은 도나우강의 수운을 이용해 벤츠와 BMW 등 고급 차량의 냉연강판 등을 수출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루마니아 공장 역시 마인-도나우 운하를 통해 중ㆍ서유럽 전역에 차량을 판매한다.

운하가 없었다면 쇠퇴했을지도 모를 내륙 기업과 도시들이 운하를 생명수로 삼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뉘른베르크ㆍ브뤼셀ㆍ로테르담ㆍ위트레흐트=김동욱/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