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해외시장만 바라보던 종합상사들이 하나둘씩 국내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원.달러 환율 하락 여파로 수출 여건이 악화된 반면 수입 여건은 좋아졌기 때문이다.외환위기 이후 '그로기' 상태까지 몰렸던 체력이 최근 몇 년간의 호황 덕분에 다시 회복된 것도 종합상사들의 수입 유통시장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은 최근 사내에 '레포츠사업부'를 신설하고 설 연휴 직후부터 중국에서 생산한 자전거에 유명 의류 브랜드인 '휠라' 상표를 붙여 국내 자전거 대리점 및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2006년 모건스탠리에 매각되면서 워크아웃을 졸업한 ㈜쌍용이 신사업에 뛰어들기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쌍용 관계자는 "국내 자전거 시장이 매년 10~15%씩 성장하는 데다 원화 강세 덕분에 수입 단가도 떨어진 만큼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LG상사도 지난해부터 수입유통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카메라 백화점'인 픽스딕스(PixDix) 매장을 지난해 10개로 늘린 데 이어 작년 말에는 싱가포르의 헬스케어 기기 전문업체인 오씸과 파트너십을 맺고 당뇨측정기,혈압기 등 국내 '홈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또 와인 수입.판매에 나서기 위해 '트윈 와인'이란 법인을 설립했으며,올초엔 이탈리아의 대형 트럭 브랜드인 '이베코'를 국내에서 수입.판매하는 한국상용차의 지분을 전량 사들이기도 했다.

LG상사 관계자는 "해외 주재원들이 선진시장에서 발굴한 '돈 되는 사업'을 국내에서도 시도해보자는 취지에서 잇따라 수입유통 사업에 나서는 것"이라며 "수입유통 사업이 확대되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부문의 타격을 줄이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도 자동차와 의류를 중심으로 수입유통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자동차의 경우 크라이슬러 볼보 인피니티 등의 공식 딜러에 만족하지 않고,지난해 말 수입차 '직수입' 사업에 뛰어들었다.의류 부문에선 토미힐피거와 DKNY에 이어 지난해 캐나다산(産) 캐주얼 브랜드인 루츠도 들여왔다.

SK네트웍스는 수입 유통사업을 통해 터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해외 진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수입차를 정비하면서 쌓은 실력을 토대로 자동차 정비사업인 '스피드메이트'를 중국 등지에 '수출'하는 동시에 토미힐피거 등을 수입.판매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로 리처드 최,오브제 등 자체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수입 유통사업은 내수시장 장악력 확대가 아닌 글로벌 기업들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